부산지역 최대 부품업체인 S&T대우는 22일 임원들의 임금을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또 에어백과 완충장치 등 자동차부품 생산라인을 올스톱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청업체인 GM대우자동차가 내년 1월4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따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며 "완성차가 기침하면 우린 감기에 걸린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의 협력업체들도 초비상 상태다. 쌍용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의 오유인 회장(세명기업 대표)은 "지난 달부터 완성차 납품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내년 초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업체들이 무더기로 나올 것"이라며 "한계상황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완성차 판매 부진과 생산량 감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생사 기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1월 대란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부품업체,1월 연쇄도산 위기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연쇄 붕괴 위기에 빠진 것은 당초 예상보다 매출액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구조조정에도 한계가 있는 데다,당장 운영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게 부품업체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GM대우자동차의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의 최범영 회장(이원솔루텍 대표)은 "협력업체들의 70~80%가 일감 부족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내년 초에는 완성차에서 받을 대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장 큰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영섭 현대ㆍ기아자동차 협력업체협의회 회장(진합 대표)은 "내년 1월은 연휴가 많아 실제 영업 및 공장 가동일수가 16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연말 연초엔 자금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오유인 회장은 "외환위기 때는 국내만 어려웠기 때문에 해외 수출로 돌파구를 찾았는데,지금은 해외시장이 더 좋지 않다"며 "원청업체인 쌍용차 본사가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한다는데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털어놨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어렵다고 하면 어음할인도 안될까봐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며 "원청업체도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정부 지원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산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기획조사팀 부장은 "부품업체들이 대개 60일에서 90일짜리 어음을 받는데,지난 10월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내년 초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현금을 쌓아놓은 중소기업이 별로 없는 데다 이익률도 낮은 편이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달 자동차 생산대수는 총 32만8178대로,작년 동기의 40만1403대보다 무려 18.2% 급감했다.

◆부품사들이 원하는 해법은

허만형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전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꽉 막아놓은 상태"라며 "정부에서 이를 타개할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전무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실제 정책효과가 먹히는지 반드시 현장 확인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업체들은 정부가 우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보증여력 확대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오유인 회장은 "은행이 중소기업들의 현재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담보 없이 빌려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증지원을 확대해 중소기업들이 급한 자금이라도 융통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산 부장은 "일반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부도 중소기업 정책자금이나 우정사업본부 기금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하고 은행이 이를 담보로 추가 자금을 조성하는 형태로 하청업체들의 자금난을 돕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영섭 회장은 "지금은 은행에서 옥석을 제대로 가려서 지원하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며 "실기(失機)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