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언제인가. '

올해 반도체와 LCD(액정디스플레이)를 포함한 IT(정보기술)업계의 최대 화두는 '바닥'이다. 올해 안에 저점을 찍고 반등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느냐는 것인데 이를 둘러싼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IT업계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대만업체들의 움직임이다. 사업부진을 견디다 못해 반도체,LCD를 막론하고 감산에 들어간 데 이어 이제는 업체 간 합병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수요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델 등 PC 업체들이 대대적인 재고정리에 들어가면서 반도체는 지난 한 해 동안 만들어도 팔리지 않고 여기에 값마저 폭락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LCD 업계는 2008년부터 본격화된 소형 노트북인 '넷북'효과로 소형 패널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도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대체할 SSD(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반도체, 최악의 상황 넘기나

올 한 해 반도체 업계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4분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견했다. 하지만 비관적인 관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서플라이는 D램 업체들이 '저점'을 찍고 올 2분기부터 반등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D램 업체들의 수익성이 평균 47% 하락하면서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설명이다. 끝없이 추락하던 D램 가격도 하락폭을 조금씩 줄여나갈 전망이다. 아이서플라이는 2008년 연초 대비 53% 하락했던 D램 값이 올해는 30%가량 빠지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D램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것도 공급과잉으로 촉발된 반도체 업황 악화의 그림자를 떨쳐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엘피다는 지난해 말부터 대만의 파워칩, 렉스칩, 프로모스 등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업계는 올해 삼성전자 주도로 SSD로 불리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돼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낸드플래시로 만든 SSD는 읽기와 쓰기 속도가 빨라 기존 HDD를 대체할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그간 MP3 플레이어 등에 사용됐던 터라 소비위축의 타격을 많이 받았다. 지난해 3억2500만달러에 불과하던 SSD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 개화해 2012년께 95억48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LCD는 소폭 성장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LCD업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대형 LCD 출하대수 기준 LCD 시장은 올해 4억8773만8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3억2622만3000대보다 4.95% 증가한 수치다. 2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이뤄졌던 업체들의 감산효과가 맞물려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졌다. 올해 대형 LCD 패널 중에서는 넷북 등의 출시 효과가 맞물려 노트북용 패널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용 LCD는 지난해 1억594만6000대에서 올해는 1억6459만3000대로 성장해 데스크톱 모니터(1억7540만6000대)를 근소한 격차로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반적인 수요부진 속에서도 LCD TV는 풀HD(초고화질) 제품이 크게 늘어나며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며 PDP 시장은 소폭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휴대폰은 올해부터 데이터 통신 위주의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2억110만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해 2012년께 4억6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