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거시지표, 프로그램매물 등

올해 국내 주가를 반 토막 내다시피한 국내외 대형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돼 기축년 새해에도 여전히 증시에 '암초'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기, 자동차.건설업체 구조조정, 부담스런 거시지표 , 프로그램 매물 등이 대표적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서브 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미국의 다우지수가 한해 동안 35%나 급락해 역대 세 번째의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국내 코스피지수도 역시 사상 세 번째 낙폭인 4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유동성 악화와 대출 연체율 증가로 은행들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이라는 긴급 처방을 했지만 내년 경기침체가 이어져 부실채권이 늘게 되면 은행권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 임일성 금융팀장은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면 경기가 개선되는 시점에 부실 금융기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중은행 숫자가 2~3년 안에 미국이나 일본처럼 3~4개로 줄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 외국처럼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강제 합병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물 부문에서는 국내와 미국의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이 주요 관심사항이다.

최근 부시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최대 174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들 자동차 업체의 파산 공포는 단기간에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동차 산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뿐 아니라 이에 연관된 전ㆍ후방 산업과 200만명에 달하는 고용창출 효과 등을 감안하면 미국 자동차 업계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이 미국의 실물경제 전반에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와 긴밀한 관계인 우리나라 경제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현대ㆍ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완성차 5사가 공장 가동 중단과 주말 특근 및 잔업 중단 등으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조만간 구조조정이 예견된다.

특히 쌍용차의 경우 최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철수한다는 설에 휘청거리고 있으며, 정부도 최대주주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직접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업체의 연이은 부도와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인한 국내 중소 조선소의 경영 악화 또한 내년 국내 증시에 암초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에 건설과 중소 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업계는 건설업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조선업체와는 선수금 환급 보증(RG.Refund Guarantee) 보험으로 연계됐을 뿐 아니라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으로 인해 동반부실화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내년에 발표되는 각종 지표 역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업들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도 내다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한범호 연구원은 "국내 14개 증권사들이 추정한 상장사 영업이익의 분기별 전망을 살펴보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개별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결국 1월 중순부터 예정된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실적 충격이 증시를 추가로 압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수출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악화될 것으로 보여 연초 증시에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수출액 증감률이 9월 27.7%에서 10월 8.0%, 11월 -19.0%로 감소하고 있고 12월 수출액도 두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주요 수출주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증시가 프로그램 매매라는 암초에 걸려 허우적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연말에는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이 이뤄지기 때문에 배당을 노리고 들어오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많다.

하지만 배당락을 맞는 시점부터 프로그램 매매가 '팔자'로 돌아서면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1월의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순매수를 기록했던 경우는 2001년과 2005년 단 두 차례뿐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의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경기침체로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상당한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