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나올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는 일본 혼다의 기술과 비교할 때 동등 이상이라고 자신합니다. 내년에 출시될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는 도요타 기술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연비과 주행성능,소비자 편의성 등에서 최고를 자부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이기상 현대ㆍ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하이브리드 설계팀장(상무ㆍ51)은 자신감에 차 있다. 하이브리드카 개발의 실무를 총괄하는 그는 "경쟁사에 비해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현대ㆍ기아차의 기술은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 상무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국내 출시에 이어 곧바로 미국으로 수출해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카 등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에 두 번 꼴로 경기도 화성의 남양종합기술연구소를 찾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양산 준비중인 하이브리드카를 운전해본 뒤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일부에서 기술이 부족해 LPG를 쓰는 하이브리드카를 먼저 개발한다고 오해하는 데 대해 매우 서운해했다. 실제론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뒤 LPI(LP가스 분사)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으로,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경제성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하이브리드카 개발 과정의 최대 애로점이었지만 지금은 보람으로 남은 일로 핵심 부품 국산화를 꼽았다. "종전엔 거의 모든 부품을 도요타와 혼다 등에 납품하는 일본 업체에 의존했는 데,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모를 겪었습니다. 시험모델 성능 개선 등을 위해 기술협의를 갖자고 하면 기술자를 파견할 수는 없으니 업그레이드 요구사항과 함께 차를 보내면 자신들이 알아서 맞춰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올 정도로 고자세였습니다. 협조할 뜻이 전혀 없다는 얘기였죠."

현대ㆍ기아차는 이 때문에 부품기술 독립 없이는 독자적인 하이브리드카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자체 개발에 나섰다. 덕분에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는 DC컨버터 전기모터 차량제어기 등의 부품은 현대ㆍ기아차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을,배터리는 LG화학이 만든 것을 쓴다. 그는 "단순히 국산화를 이뤘다는 차원을 넘어,성능은 뛰어나면서 부피가 작고 무게는 가벼운 부품을 만들 수 있게 돼 하이브리드카 경쟁력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현대ㆍ기아차의 하이브리드카 연구진은 줄잡아 1000명을 웃도는 도요타 인력은 5분의 1도 안되지만,밤늦은 야근과 휴일 근무도 마다않는 연구원들 모두의 열정이 새 길을 열어가는 원동력"이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후배 연구원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