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미래에 투자하라 (3·끝)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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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도 1등만 살아…위기에 강한것 '성공비결'
中企도 1등만 살아남는다
틀정분야에만 기술력 집적…위기에 강한것도 성공비결 #1.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실로 가정용 행주,걸레 등을 만드는 극세사 전문업체 웰크론.이 회사의 이영규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도 부천에 자체 공장을 지은 것이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100%였던 만큼 환율 폭등으로 수출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저러다가 곧 망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그 해 25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8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웰크론은 이후에도 매년 평균 20%씩 성장,현재 극세사 클리너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38%)를 차지하는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했다.
#2.금속 절삭공구인 밀링 머신에는 드릴 모양의 엔드밀이 소모품으로 쓰인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양만 하루 33만개나 된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샌드빅(스웨덴) 이스카(이스라엘) 케나메탈(미국) OSG(일본) 등 세계적인 공구업체들이 이 분야 강자들.
하지만 국내 업체인 와이지원이 월 100만개의 엔드밀을 생산,세계 정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송호근 대표는 "품질은 세계 최고이면서 가격 조건이 20~30% 싸다는 강점이 최근 환율과 함께 맞물리면서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시대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고 강한 경쟁력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원천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를 확보,시시각각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적응한 1등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한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위력이 더욱 잘 드러나게 되는 때다. 히든 챔피언이란 세계시장 점유율 1~3위,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도 일반인에게는 잘 안 알려진 글로벌 강소기업을 말한다.
히든 챔피언이 되기 위한 가장 큰 비결은 선택과 집중.테트라는 수족관 물고기용 사료,3B사이언티픽은 의학실습용 해골 모형만을 공급하면서 세계 정상이란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화'만이 특정 분야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할 최선의 방법임을 실증하는 사례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확고한 목표와 직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도 이들의 공통된 특징.
무엇보다 히든 챔피언은 위기에 강하다. 세계 일류 중소기업 2000여개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히든 챔피언》이란 책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 전 독일 마인츠대 교수는 "평균 수명 61년 이상이라는 특성이 온갖 위기를 극복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히든 챔피언들은 독점적 지위를 통해 축적한 풍부한 재무 자산을 이용,일시적으로 취약해진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위기 속에서도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들의 평균 매출액은 4억3000만달러로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최하위권 기업의 3%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연평균 8.8%의 꾸준한 성장률과 13.6%에 달하는 세전 투자수익률(ROI)은 이들 포천 기업 평균치(5.5%)의 세 배에 달한다는 것.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히든 챔피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웰크론,와이지원을 비롯 자전거 전용 신발로 세계 시장의 34%를 장악한 나눅스,카지노용 모니터 시장의 60.3%를 차지한 코텍,휴대용 노래반주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엔터기술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주력 제품을 포함해 현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품목은 모두 127개(2007년 기준).2002년 49개에 비하면 상당한 발전인 셈이다.
하지만 기술 선진국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연간 1조3600억달러(2007년 기준)로 세계 수출 1위 국가인 독일의 경우 무려 1000여개에 달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면에서 미국의 4분의 1,일본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 독일이 수출액에서는 미국(1조1400억달러)보다 20%,일본(6660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출 대국이 된 비결이다.
전문가들은 히든 챔피언이 되려면 선택과 집중에 따른 원천기술 확보가 가장 큰 선결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 장벽이 이미 없어지고 글로벌 온라인 경제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바늘 하나만으로도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기초 기술을 이미 선점한 선진국과 차별화하기 위해선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과 조선,자동차 관련 부품소재 분야는 물론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원천기술 확보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수준의 낮은 금리와 안정된 환율 정책,무역금융 지원의 확대,대·중소기업 간 협력,원활한 가업승계 지원제도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탁월한 리더를 육성하는 일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경영학)는 "시장을 최대한 잘게 쪼개 볼 수 있는 정밀한 분석력과,고객을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친화력,위기 상황에서도 역발상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결단력이 초일류 중소기업으로 가는 리더십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관우/이정선 기자 leebro2@hankyung.com
틀정분야에만 기술력 집적…위기에 강한것도 성공비결 #1.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실로 가정용 행주,걸레 등을 만드는 극세사 전문업체 웰크론.이 회사의 이영규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도 부천에 자체 공장을 지은 것이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100%였던 만큼 환율 폭등으로 수출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저러다가 곧 망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그 해 25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8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웰크론은 이후에도 매년 평균 20%씩 성장,현재 극세사 클리너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38%)를 차지하는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했다.
#2.금속 절삭공구인 밀링 머신에는 드릴 모양의 엔드밀이 소모품으로 쓰인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양만 하루 33만개나 된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샌드빅(스웨덴) 이스카(이스라엘) 케나메탈(미국) OSG(일본) 등 세계적인 공구업체들이 이 분야 강자들.
하지만 국내 업체인 와이지원이 월 100만개의 엔드밀을 생산,세계 정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송호근 대표는 "품질은 세계 최고이면서 가격 조건이 20~30% 싸다는 강점이 최근 환율과 함께 맞물리면서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시대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고 강한 경쟁력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원천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를 확보,시시각각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적응한 1등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한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위력이 더욱 잘 드러나게 되는 때다. 히든 챔피언이란 세계시장 점유율 1~3위,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도 일반인에게는 잘 안 알려진 글로벌 강소기업을 말한다.
히든 챔피언이 되기 위한 가장 큰 비결은 선택과 집중.테트라는 수족관 물고기용 사료,3B사이언티픽은 의학실습용 해골 모형만을 공급하면서 세계 정상이란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화'만이 특정 분야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할 최선의 방법임을 실증하는 사례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확고한 목표와 직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도 이들의 공통된 특징.
무엇보다 히든 챔피언은 위기에 강하다. 세계 일류 중소기업 2000여개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히든 챔피언》이란 책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 전 독일 마인츠대 교수는 "평균 수명 61년 이상이라는 특성이 온갖 위기를 극복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히든 챔피언들은 독점적 지위를 통해 축적한 풍부한 재무 자산을 이용,일시적으로 취약해진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위기 속에서도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들의 평균 매출액은 4억3000만달러로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최하위권 기업의 3%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연평균 8.8%의 꾸준한 성장률과 13.6%에 달하는 세전 투자수익률(ROI)은 이들 포천 기업 평균치(5.5%)의 세 배에 달한다는 것.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히든 챔피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웰크론,와이지원을 비롯 자전거 전용 신발로 세계 시장의 34%를 장악한 나눅스,카지노용 모니터 시장의 60.3%를 차지한 코텍,휴대용 노래반주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엔터기술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주력 제품을 포함해 현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품목은 모두 127개(2007년 기준).2002년 49개에 비하면 상당한 발전인 셈이다.
하지만 기술 선진국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연간 1조3600억달러(2007년 기준)로 세계 수출 1위 국가인 독일의 경우 무려 1000여개에 달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면에서 미국의 4분의 1,일본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 독일이 수출액에서는 미국(1조1400억달러)보다 20%,일본(6660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출 대국이 된 비결이다.
전문가들은 히든 챔피언이 되려면 선택과 집중에 따른 원천기술 확보가 가장 큰 선결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 장벽이 이미 없어지고 글로벌 온라인 경제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바늘 하나만으로도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기초 기술을 이미 선점한 선진국과 차별화하기 위해선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과 조선,자동차 관련 부품소재 분야는 물론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원천기술 확보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수준의 낮은 금리와 안정된 환율 정책,무역금융 지원의 확대,대·중소기업 간 협력,원활한 가업승계 지원제도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탁월한 리더를 육성하는 일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경영학)는 "시장을 최대한 잘게 쪼개 볼 수 있는 정밀한 분석력과,고객을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친화력,위기 상황에서도 역발상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결단력이 초일류 중소기업으로 가는 리더십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관우/이정선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