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이 꼽고 있는 올해 주요 소비 트렌드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소비 침체,각종 먹을거리 사고의 영향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산업은 내수 업종 중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데다 지난해 제품별로 가격 인상이 러시를 이뤄 외형은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체들은 상반기 주요 변수로 '경기 침체'를 꼽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에 나서면서 가격이 싼 라면 콩기름 즉석요리 식품 등 '불황형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올해도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기존 히트 상품에 대한 브랜드 마케팅과 더불어 리뉴얼 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불황의 여파로 홈쿠킹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 지출을 줄이고 식품 안전을 강조하면서 외식보다는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홈베이킹,쿠킹클래스,요리블로그 등이 대중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에 일조하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에서 내놓은 '2009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도 알뜰소비와 함께 '홈메이드 서포트 상품'을 이슈로 선정했다. 홈쿠킹 문화에서는 인터넷을 활용한 마케팅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 단순한 제품과 레시피 정보뿐 아니라 판촉 이벤트,생활정보 등을 소개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유기농ㆍ친환경 제품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열근 CJ제일제당 홍보부장은 "지난해 식품업계를 휩쓴 이물질 파동과 멜라민 사태 등으로 인해 먹거리 안전은 올해도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며 "식품업체들은 건강 지향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식품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첨가물을 넣지 않는 무첨가 제품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틈새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실버세대 및 독신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제품,기능성 제품 등 신제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샘표식품 마케팅 이사는 "식품업체들이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가 들어가지 않은 식품과 품질 안전 인증을 받은 국산 원료로 만든 제품 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1인 가정을 위한 소량 제품이 늘어나는 등 구조적인 사회 변화에 적응하는 제품 개발도 러시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밀 설탕 등 식품 소재산업은 원자재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최대 복병이다. 지난해 하반기 환율 급등으로 인해 소재업체들의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환율은 올 하반기께나 안정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소재산업 기상도는 '흐림'이다. 상반기에는 물가 불안 요인이 잠재한다는 얘기다.

식품업계는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중국 곡물기업인 베이다황그룹과 공동으로 설립한 '베이다황CJ'를 통해 미강(쌀겨) 단백질,현미유,식이섬유 등을 연간 1만4000t 생산할 계획이다. 풀무원도 지난해 11월 중국업체인 장샤오바오와 손잡고 상하이에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올해 풀무원의 포장두부 생산 노하우와 장샤오바오의 마케팅 및 물류망을 활용해 중국 내 신선식품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