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연계 유기농 농산물 비중 대폭 확대

경기침체로 주부들의 소비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경험한 터라 그 때와는 다른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외환위기 당시에는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인식 아래 가격파괴를 내세운 대형마트로만 몰렸으나,요즘은 '소용량 목적구매'가 가능한 집 주위 슈퍼마켓으로 발길을 옮기는 주부들도 적잖다. 또 각종 먹거리 사고로 유기농ㆍ친환경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고 또 와인 치즈 등의 소비도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비용을 줄이는 'IMF형 근검절약형 소비'에서 필요한 것은 구매한다는 '가치형 소비'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기농ㆍ친환경은 비싸도 잘 팔린다

지난해는 이물질ㆍ멜라민 파동 등 각종 먹거리 사고가 잇따라 터진 한 해였다. 그 여파로 과자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과일 등 대체 군것질거리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안심 먹거리로 인식되는 유기농ㆍ친환경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매출도 부쩍 늘었다.

GS수퍼마켓에선 지난해 친환경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210%나 증가했다. 이 업체는 올해 친환경 상품 구색을 지난해보다 35% 이상 늘린 1200종류 이상의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또 지자체와 연계한 친환경 농산물전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실시한 제주도 친환경 농산물전을 통해 관련 상품의 매출이 600% 이상 신장했다"며 "고품질의 친환경 상품을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슈퍼도 지난해 유기농,친환경 제품 매출이 33% 신장했다. 롯데슈퍼는 올해 유기농,친환경 상품 종류를 30% 늘리고 매출은 지난해보다 70%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무항생제 생닭이나 유기농 우유와 같은 상품들이 일반 상품에 비해 고가임에도 매출 효자 역할을 했다"며 "올해 NB상품은 물론 PB제품들도 유기농,친환경 비중을 늘리는 고급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즐길 건 즐긴다

주부들이 경제 위기에 무작정 허리띠만 졸라매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매출비중이 신선식품에 비해 적지만 와인,치즈 등의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치즈 매출이 2007년보다 61%,와인은 36% 신장했다. GS수퍼마켓도 같은 기간 치즈 매출이 42.6% 증가했다. 와인 매출도 캔맥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7년보다 22.0% 증가했다. 이는 경기가 어려워 외식을 줄이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성 상품은 꾸준히 구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GS수퍼마켓은 올해 수입 치즈의 구색을 현재 30종류에서 50여가지로 강화하고 와인은 1만원~1만3000원대 가격으로 30~40대 주부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와인 중심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불황의 장기화로 올해도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주부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슈퍼마켓의 점포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11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내년에 약 100개 점포를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다. 롯데슈퍼(현재 110개)도 내년에 점포를 20~30개 더 늘릴 계획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