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해외 자원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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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전·광구 매물 급증..국내 업체들엔 ‘그림의 떡’
[한경닷컴]=“국제 원자재가격이 급락하면서 해외 유망 광구가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싼 값에 사들일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인수에 필요한 달러를 구할 길이 막혔다는 게 문제입니다.자금 사정 풀릴 때를 기다리자니 그때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게 뻔하고요.”(A 종합상사 관계자)
LG상사,SK네트웍스,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들이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딜레마에 빠졌다.해외 광구를 유리한 조건에 인수할 기회의 문이 열렸지만 ‘실탄’이 부족해 신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
◆“기회는 왔는데…”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18일 “옥시덴탈 등 미국의 중형 자원 개발 회사들이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유전을 비롯한 광구들을 잇달아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장호철 석유공사 유전매입팀 과장은 “1월 휴가 시즌이 끝나면 캐나다 샌드 오일 개발 회사를 시작으로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작년 한때 배럴당 140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치솟았던 원유 가격은 최근 5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종합상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LG상사 관계자는 “적당한 금리에 달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난관”이라고 말했다.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일 때 A라는 광구를 1억달러에 살 경우 장부상 가치는 1400억원이지만,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앉은 자리에서 400억원을 날리게 된다는 것.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광구 하나당 투자금액이 워낙 커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천연가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도 “관심 있는 매물은 많은데 재원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자원 개발 전략 차질
정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한국석유공사는 연내에 수조원대 해외 석유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도 자금 조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석유공사 관계자는 “보유 광구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등 해외에서 달러를 구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한국광물자원공사는 실탄 확보를 위해 기존 광구 지분을 국내 기업에 일부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식경제부는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지난해부터 ‘패키지 딜(package deal)’ 이란 새로운 자원 개발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패키지 딜이란 자원 보유국에 기간 시설을 지어주고 대가로 자원 개발권을 받는 방식이다.원화로 자원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패키지 딜 방식은 대부분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작년 10월 아제르바이잔 사례가 대표적이다.IT(정보기술) 서비스 회사인 SK C&C가 아제르바이잔에 IT 기간 시설을 짓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국무총리실이 중개 역할을 자임,패키지 딜을 추진했다.공사 대금을 국내 종합상사가 대신 지불하고,종합상사는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광구 개발권을 받는 구상이었다.그러나 이해 당사자들간 동상이몽으로 패키지 딜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중계 역할을 자처한 국무총리실은 이 사안을 자원 외교의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종합상사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철도공사,이라크 재건공사 등 주요 패키지 딜이 불발로 그쳤다”며 “오히려 정부가 나선 탓에 협상 가격만 올라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동휘/류시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
LG상사,SK네트웍스,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들이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딜레마에 빠졌다.해외 광구를 유리한 조건에 인수할 기회의 문이 열렸지만 ‘실탄’이 부족해 신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
◆“기회는 왔는데…”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18일 “옥시덴탈 등 미국의 중형 자원 개발 회사들이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유전을 비롯한 광구들을 잇달아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장호철 석유공사 유전매입팀 과장은 “1월 휴가 시즌이 끝나면 캐나다 샌드 오일 개발 회사를 시작으로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작년 한때 배럴당 140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치솟았던 원유 가격은 최근 5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종합상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LG상사 관계자는 “적당한 금리에 달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난관”이라고 말했다.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일 때 A라는 광구를 1억달러에 살 경우 장부상 가치는 1400억원이지만,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앉은 자리에서 400억원을 날리게 된다는 것.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광구 하나당 투자금액이 워낙 커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천연가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도 “관심 있는 매물은 많은데 재원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자원 개발 전략 차질
정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한국석유공사는 연내에 수조원대 해외 석유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도 자금 조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석유공사 관계자는 “보유 광구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등 해외에서 달러를 구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한국광물자원공사는 실탄 확보를 위해 기존 광구 지분을 국내 기업에 일부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식경제부는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지난해부터 ‘패키지 딜(package deal)’ 이란 새로운 자원 개발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패키지 딜이란 자원 보유국에 기간 시설을 지어주고 대가로 자원 개발권을 받는 방식이다.원화로 자원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패키지 딜 방식은 대부분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작년 10월 아제르바이잔 사례가 대표적이다.IT(정보기술) 서비스 회사인 SK C&C가 아제르바이잔에 IT 기간 시설을 짓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국무총리실이 중개 역할을 자임,패키지 딜을 추진했다.공사 대금을 국내 종합상사가 대신 지불하고,종합상사는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광구 개발권을 받는 구상이었다.그러나 이해 당사자들간 동상이몽으로 패키지 딜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중계 역할을 자처한 국무총리실은 이 사안을 자원 외교의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종합상사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철도공사,이라크 재건공사 등 주요 패키지 딜이 불발로 그쳤다”며 “오히려 정부가 나선 탓에 협상 가격만 올라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동휘/류시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