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달 내에 D램 반도체 8인치 한 라인을 정리하고, 당초 계획됐던 12인치 라인으로의 전환 작업은 당분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D램 부문의 감산없이 '치킨게임'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세계적인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실상 감산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경기도 화성 200mm(8인치) 웨이퍼 생산 10라인을 정리할 것이며, 300mm(12인치) 라인 전환 작업은 최근 경기를 반영해 유보한 것으로 삼성 측으로부터 확인했다"고 전했다. 8인치 라인의 중단 시기도 당초 알려졌던 3월께에서 앞당겨진 것이다.

그는 이어 "화성 10라인이 4분기쯤이면 재가동될 것으로 봤으나, 삼성 측이 12인치 전환 작업을 바로 착수하지 않고 유보함에 따라 올해 안에 재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2인치 전환 작업에 최소한 6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과 최근 경기 상황을 감안한 관측이다.

화성 8인치 10라인의 월 웨이퍼 생산량은 10만장 가량이며 삼성전자 전체 D램 생산능력의 12% 가량을 차지한다. 또 세계적인 D램 생산량의 2.5% 가량 규모로 대만 중소업체의 전체 생산량에 맞먹는다는 점에서 적잖은 감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IT경기는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적자 전망이 처음 나왔을 때는 200억원대였으나, 이후 눈덩이처럼 부풀어 최근 시장 컨센서스는 5000억원대 안팎에 이르렀다.

이는 세계적인 실물 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며 지난해 12월 들어 수요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손실을 230억원으로 전망한 신영증권은 최근 영업손실 규모 전망치를 5710억원으로 대폭 수정했고, 한화증권도 이전 컨센서스 3700억원보다 큰 규모의 570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3일에 한 번씩 삼성전자측에 확인을 하곤 하는데 회사 측 얘기가 계속 안 좋은 쪽으로 바뀐다"며 "회사 가이던스가 나빠지니까 손실 전망치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대표적인 수출 기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환율 효과로 어느 정도 버틸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불황의 위력이 훨씬 컸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D램 가격은 당초 전 분기 대비 20% 가량 하락이 점쳐졌으나, 실제로는 40% 가량 급감한 상태다. 제조원가에도 못 미쳐 업계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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