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작년 4분기 경제 성장률이 7년 만에 6%대로 추락,올해 중국 정부의 최우선 목표인 '바오바(保八 · 8% 성장률 유지)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작년 1분기 10.6%였던 분기별 성장률은 △2분기 10.1% △3분기 9.0% △4분기 6.8% 등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진 것은 2001년 4분기(6.6%)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9.0%로, 한자릿수 성장은 5년 만이다. 저물가 속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며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과 소비 수출 등 경제지표가 모두 악화되거나 예상치를 밑돌았다.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7%로 1월부터 11월까지의 월평균 13.7%를 크게 하회했다. 지난 4분기 수입은 8.8% 감소한 반면 수출은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12월에도 전년 동기보다 2.8%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수출 증가율은 30.6%에 달했었다. 지난해 소비 증가율은 21.6%로 전년에 비해 4.8%포인트 상승했으나 정부가 내수 부양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25.5%로 전년보다 0.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연간 5.9%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생산자물가는 -1.1%를 기록,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디플레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홍콩 맥쿼리증권의 폴 케비 연구원은 "놀라울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며 "그러나 문제는 아직 끝이 안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알버트 애드워즈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조만간 기준 금리를 0.81%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수출 부양을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보조금 지급을 확대해 무역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작년 9월 이후 금리를 다섯 차례 인하,1년 만기 대출 금리를 연 5.31%로 떨어뜨렸다.

경기하강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인 8%대 성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 정부는 4조위안(약 800조원) 규모의 내수 부양책에 이어 최근 자동차 철강 조선 등 10대 산업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성장률 지키기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당초 7.5%에서 5.5%로 전망치를 낮췄다. 반면 중국사회과학원은 이보다 크게 다른 8.3%를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