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사는 최송길씨(53)는 20여년을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지난해 초 창업을 결심했다. 의류점,생맥주점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두고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테이크아웃(포장판매)형 카페.최씨는 "의류점은 재고가 부담스럽고 호프점은 밤 늦게까지 영업해야 하는 게 싫었다"며 "반면 테이크아웃 카페는 비교적 돈이 적게 들고 초보자도 운영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7월 집에서 도보로 10여분 걸리는 노량진 고시촌에 33㎡(10평) 규모 점포를 빌려 테이크아웃형 샌드위치 카페를 열었다. 점포비를 제외한 창업비용은 2800만원.1분,1초가 아까운 고시생들에게 위생적인 샌드위치와 음료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전략을 폈다. 또 주고객인 20대 중 · 후반 고시생들을 '엄마 같은 친근함'으로 대하면서 단골들을 늘려나갔다. 현재 매출은 월 1000만~1500만원 정도이고 이 중 30~35%가 순수익으로 남는다. 그는 "프랜차이즈 테이크아웃점은 모든 일이 매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혼자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며 "점주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을 맞은 창업시장에서 '테이크아웃'형 점포가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이크아웃 창업은 33㎡ 이하의 작은 점포에서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와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가 적게 들어가는 게 강점.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창업이나 1인 소호사업처럼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필요 없고,매장 내 판매나 배달 위주 점포에 비해 직원 관리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특히 초보 창업자나 여성 창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테이크아웃' 창업 기회 늘어나

테이크아웃 판매 품목은 커피나 김밥,토스트,피자,치킨,만두 등에서 최근 들어 국수,립바비큐,토핑 두부,돈가스,떡볶이,조각 과일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또 테이크아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매장도 대학가 등 10~20대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주택가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형 슈퍼나 대형마트,백화점 등에도 다양한 음식을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판매하는 수수료 임대 코너가 늘어나고 있다.

불황기 고액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5000만원 미만의 소자본 창업에 눈을 돌리는 예비 창업자들이 늘면서 테이크아웃 소형 매장을 주력 모델로 내세우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치킨전문점,만두전문점,돈가스전문점,카페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가맹본부들이 16.5㎡(5평) 안팎의 테이크아웃 전문매장 모델을 속속 내놓고 개점 비용(점포비 제외)으로 일반 매장(33~66㎡)의 절반 이하인 2000만원대를 제시하고 있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테이크아웃 품목과 출점 상권이 확대된 데다 불경기로 인해 부동산 경기도 침체된 상태여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점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권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해야

테이크아웃 소형 점포는 창업이 손쉬운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폐업률도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테이크아웃 창업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아이템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테이크아웃 품목은 유행에 민감해 한물간 아이템을 잘못 선택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때문에 상권과 유동인구 특성을 살펴 치킨 만두 돈가스 커피 등 기본적으로 수요가 많은 아이템을 고르는 게 실패할 위험이 적다고 조언한다.

유동인구나 아이템 못지않게 테이크아웃 매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홍보 활동.규모가 작더라도 소비자들이 매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꾸미고 전단지나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판매 아이템과 점포를 적극 알려야 한다. 판매단가가 낮기 때문에 고정비인 임대료와 인건비를 줄이는 것도 성공 요건이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가능한 한 임대료가 적은 매장을 구하고 주방시스템을 간소화해 인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