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서 번돈, 반도체에 투자 안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품ㆍ완제품 부문 '독립채산제' 도입
보유 현금 5조7천억…올 투자는 차질없어
보유 현금 5조7천억…올 투자는 차질없어
삼성전자가 휴대폰이나 TV 등 완제품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반도체와 LCD(액정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반도체,LCD 등 기존 4대 사업총괄을 이윤우 부회장이 지휘하는 부품 부문(DS · Device Solution)과 최지성 사장이 이끄는 완제품 부문(DMC · Digital Media & Communications)으로 분리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반도체와 LCD 분야 설비 투자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8일 "DS와 DMC 부문에 엄격한 독립채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며 "향후 두 부문은 각각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설비와 R&D(연구 · 개발)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 부문에 별도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조직이 들어선다"며 "삼성전자의 자금 운용 시스템이 둘로 나눠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종별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불가피
지금까지는 반도체와 LCD 사업부의 실적이 나빠도 실적이 좋은 다른 사업부의 수익으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립채산제 도입으로 투자 재원의 부문 간 이동이 불가능해졌다. 반도체와 LCD 분야 설비 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와 LCD 사업에서 각각 5600억원과 35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와 LCD 부문 투자 축소 문제와 관련,"독일 반도체 업체인 키몬다 파산이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 등 경영 환경의 변화를 지켜본 뒤 부품 분야 투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현금만 5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독립채산제가 시행되더라도 당장 올해부터 부품 분야 투자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5조~7조원 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설비 투자액은 11조8000억원이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상무)은 지난 23일 실적설명회에서 "지난해에 비해 설비 투자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을 계획"이라며 "올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설비 투자 규모는 3조~4조원 선"이라고 밝혔다.
◆'업(業)의 본질'에 충실해야 위기 넘는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인 부품과 완제품 사업은 '업(業)의 본질'이 다르다. 부품 부문은 수율이 중요한 장치산업인 반면 완제품 부문은 소비자 취향에 맞는 1~2개 제품만 성공하면 '대박'이 터지는 확률산업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가 업의 본질이 다른 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 것은 서로의 단점을 상쇄해주는 '길항작용(拮抗作用)'이 조직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이 논리가 맞아떨어졌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TV와 휴대폰에 투자해 이 두 분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어려운 사업을 살리려다 실적이 좋은 사업까지 망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의 본질을 파악해 그에 맞게 사업을 진행하라는 이건희 전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되살려야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지도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업의 본질은 1993년 이 전 회장이 '신경영'을 발표할 때 처음 언급한 용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백화점과 호텔의 업의 본질을 유통업과 서비스업이라고 말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을 호되게 질책한 뒤 "백화점업은 부동산업,호텔업은 장치산업으로 봐야 한다"며 "업의 본질을 잘 따진 뒤 그에 맞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와의 LCD 교차구매 성사될까
DS와 DMC 부문이 사실상 다른 회사로 쪼개지면서 삼성전자의 경영 방침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됐다. 우선 LG 계열사들과의 LCD 패널 교차구매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G 계열사들과 LCD TV 패널을 상대 회사로부터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VD(비주얼 디스플레이)사업부는 37인치 LCD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LG전자는 52인치 LCD 패널을 삼성전자 LCD총괄에서 각각 구매한다는 게 양측의 합의안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일부 모니터 패널만 교차구매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상대 회사의 패널 구매 문제를 둘러싼 두 업체의 의견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DMC 부문에 속해 있는 TV 사업부와 DS 부문 산하 LCD 사업부는 사실상 별도의 회사"라며 "개별 사업부 입장에서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즉각 교차구매에 나설 수 있게끔 조직이 재편된 만큼 LG와의 패널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일훈/송형석 기자 jih@hankyung.com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8일 "DS와 DMC 부문에 엄격한 독립채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며 "향후 두 부문은 각각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설비와 R&D(연구 · 개발)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 부문에 별도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조직이 들어선다"며 "삼성전자의 자금 운용 시스템이 둘로 나눠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종별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불가피
지금까지는 반도체와 LCD 사업부의 실적이 나빠도 실적이 좋은 다른 사업부의 수익으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립채산제 도입으로 투자 재원의 부문 간 이동이 불가능해졌다. 반도체와 LCD 분야 설비 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와 LCD 사업에서 각각 5600억원과 35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와 LCD 부문 투자 축소 문제와 관련,"독일 반도체 업체인 키몬다 파산이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 등 경영 환경의 변화를 지켜본 뒤 부품 분야 투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현금만 5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독립채산제가 시행되더라도 당장 올해부터 부품 분야 투자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5조~7조원 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설비 투자액은 11조8000억원이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상무)은 지난 23일 실적설명회에서 "지난해에 비해 설비 투자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을 계획"이라며 "올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설비 투자 규모는 3조~4조원 선"이라고 밝혔다.
◆'업(業)의 본질'에 충실해야 위기 넘는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인 부품과 완제품 사업은 '업(業)의 본질'이 다르다. 부품 부문은 수율이 중요한 장치산업인 반면 완제품 부문은 소비자 취향에 맞는 1~2개 제품만 성공하면 '대박'이 터지는 확률산업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가 업의 본질이 다른 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 것은 서로의 단점을 상쇄해주는 '길항작용(拮抗作用)'이 조직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이 논리가 맞아떨어졌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TV와 휴대폰에 투자해 이 두 분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어려운 사업을 살리려다 실적이 좋은 사업까지 망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의 본질을 파악해 그에 맞게 사업을 진행하라는 이건희 전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되살려야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지도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업의 본질은 1993년 이 전 회장이 '신경영'을 발표할 때 처음 언급한 용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백화점과 호텔의 업의 본질을 유통업과 서비스업이라고 말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을 호되게 질책한 뒤 "백화점업은 부동산업,호텔업은 장치산업으로 봐야 한다"며 "업의 본질을 잘 따진 뒤 그에 맞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와의 LCD 교차구매 성사될까
DS와 DMC 부문이 사실상 다른 회사로 쪼개지면서 삼성전자의 경영 방침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됐다. 우선 LG 계열사들과의 LCD 패널 교차구매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G 계열사들과 LCD TV 패널을 상대 회사로부터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VD(비주얼 디스플레이)사업부는 37인치 LCD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LG전자는 52인치 LCD 패널을 삼성전자 LCD총괄에서 각각 구매한다는 게 양측의 합의안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일부 모니터 패널만 교차구매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상대 회사의 패널 구매 문제를 둘러싼 두 업체의 의견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DMC 부문에 속해 있는 TV 사업부와 DS 부문 산하 LCD 사업부는 사실상 별도의 회사"라며 "개별 사업부 입장에서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즉각 교차구매에 나설 수 있게끔 조직이 재편된 만큼 LG와의 패널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일훈/송형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