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찾은 美 최고 사교클럽 '알팔파'는…
도대체 어떤 사교 클럽이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참석했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저녁 참석한 '알팔파(ALFALFA) 클럽'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날 백악관 뒤편의 캐피털힐튼 호텔에서 열린 클럽 정기 모임에는 오바마 외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존 로버츠 대법원장,티모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힐다 솔리스 노동부 장관,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새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모였다. 한국에선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초대됐다. 정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는 "축하한다. 전 세계는 성공하는 미국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잘하길 바란다"고 말했고,오바마 대통령은 "고맙다"고 답했다고 정 최고위원 측은 밝혔다.

'알팔파'는 워싱턴 최고의 사교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클럽 명칭은 생존성이 강한 사료 식물인 알팔파에서 따 왔다. 발족 연도는 19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 남북전쟁 영웅인 남군의 로버트 리 장군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해마다 1월 마지막 토요일에 만찬 모임을 갖는다. 라틴어 격언인 '빨리 주는 것은 두 번 주는 것과 같다(Bis dat,qui cito dat)'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호의를 베풀려거든 빨리 베풀라'는 의미다.

이 클럽의 회원은 약 200명에 달한다. 부시 전 대통령 부자,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왕년의 골프 스타 아널드 파머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포함됐다. 회원은 한 명당 두 사람을 초대할 수 있다. 1970년대까지는 흑인 회원을 받지 않았다. 여성 가입이 허락된 것은 1994년부터다.

만찬 때는 한 접시에 200달러짜리 쇠고기나 가재 요리가 주로 나온다. 회원과 초대된 손님들은 술잔을 기울이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교분을 쌓는다. 모임은 비공개이지만 참석자들의 튀는 유머는 이내 새 나와 늘 화제가 된다. 현직 미 대통령도 초대돼 격의없이 어울린다.

비회원인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덕분에 이날 미셸 여사와 같이 참석했다. 그는 입이 걸기로 유명한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을 안주로 삼았다. "취임 선서(swearing-in)를 다시 한 것은 순전히 램 탓"이라며 툭 말을 던진 뒤 "램에게는 매일 매일이 'swearing-in'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단어 'swear'에는 '욕하다'는 뜻도 있다는 점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클럽의 새 회장에 취임한 크리스토퍼 본드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신문에서 전 세계 금융 위기의 주범으로 25명을 지목했는데 여러분도 다 아실 것"이라며 "오늘 그분들을 여기서 뵙게 돼 기쁘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알팔파 클럽은 해마다 회원 가운데에서 재밋거리로 '모의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행사를 갖는데 적중률이 예사롭지 않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74년 클럽에서 선출된 뒤 1980년 실제 당선됐으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1998년 낙점됐다가 2000년 정말로 제43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