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전기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35년 네덜란드에서다. 크리스트 파벡카가 개발한 전기자동차는 1900년대 초반에는 휘발유차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얼마 뒤 휘발유차의 대량생산과 싼 가격에 밀려 전기자동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난 1996년 미국의 GM은 'EV1'이라는 전기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GM이 전기자동차를 만든 이유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공해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의 10~20%를 전기차로 팔도록 강제한 '배기가스제로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GM은 톰 행크스,멜 깁슨 등 유명스타들에게 판매하면서 마케팅을 강화했다. 게다가 EV1은 1회 충전으로 160㎞를 달리고 소음도 없이 시속 130㎞를 내는 성능으로 휘발유차의 판매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자동차업계, 석유업계, 자동차부품 업계는 전기차를 죽이기로 합의하고 억지 문제점을 퍼뜨리고 로비를 통해 2003년 '배기가스제로법'을 철폐시켰다.

이후 GM은 EV1 이용자들의 항의에도 아랑곳않고 생산라인을 철폐하고 그동안 팔린 1200여대를 회수해 사막 한 가운데에서 모두 폐차해버렸다. 게다가 한 번 충전에 500㎞를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한 업체를 적대적 M&A(인수합병)로 인수한 뒤 전기차 생산을 반대해온 석유회사에 팔아버렸다. GM이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지 않고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지속했다면 구제금융을 받고 구조조정하는 상황에 몰렸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은 당장의 이윤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만두어서는 안된다. 결국 기술혁신으로 얻어낸 결과가 미래 산업을 주도할 핵심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만약 GM이 EV1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면 최근 들어 일본의 도요타에 밀리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기술혁신 요건으로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혁신시키고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팔고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열린경영연구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은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온 기업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 부문과 제품(기술) 부문으로 나눠 진행하는 이 상은 기업 부문의 경우 △기술혁신 경영전략(200점) △기술혁신 경영활동(400점)△기술혁신 경영성과(400점) 등을,제품(기술) 부문은 △기술혁신 비전 및 전략(100점) △기술혁신 활동(500점) △기술혁신 성과(기술적 성과 200점 · 경제적 성과 200점)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이 상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혁신활동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혁신 기업 및 제품(기술)을 선정,시상함으로써 기업들의 기술혁신 의욕을 고취하고 국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자들도 기술혁신 활동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 온 대한민국의 모범 기업들이다. 이번 수상은 기업 부문에서 8개,제품(기술) 부문에서 11개,공로상 부문에서 1개 등이다. 한국조폐공사를 비롯 장암엘에스 의성흑마늘영농조합법인 대산기업 리코시스 큐로컴 농협고려인삼 웅진식품 스탈휀스개발 등이 기술혁신 경영활동을 우수하게 해 온 기업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로상은 지역 행정혁신 활동에 앞장서온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이 받았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