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제 작전이요? '한 방' 아니라 '롱런' 입니다"
'한류스타' 박용하(32)가 '흥행배우'에 도전한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세력을 다룬 이호재 감독의 영화 '작전'(12일 개봉)에서 인생역전을 노리는 '슈퍼개미' 현수역을 맡았다. 그가 영화 주인공으로 나선 것은 멜로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1998년) 이후 11년 만이다. 방송드라마 '겨울연가'로 단숨에 한류스타로 떴던 그가 영화 복귀작으로 다시 '한방'을 꿈꾸는 인물을 선택한 셈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그를 만나 '한방' 인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남들은 저를 '한방' 인생의 주인공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인생에는 결코 '한방'이 없다고 봅니다. 로또 당첨자의 99%는 불행하다잖아요? 쉽게 번 돈은 얌전히 있지 않거든요. '겨울연가'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맞지만 지난 5년간 노력을 게을리했더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일본에서의 실패는 한국에서의 실패란 중압감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했어요. "

그는 최지우의 현재 연인역으로 출연했던 '겨울연가'가 2004년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가수 활동에 전념했다. 상대역 배용준과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가수가 본업이 아니었던 만큼 작곡과 노래를 배우고 악기를 다루는 데 '올인'했다. '외롭다'는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본에서 최다 음반 판매 가수들에게 주어지는 골든디스크상을 4년 연속 수상했다.

"돈은 노력한 만큼 번다고 생각해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단기간에 큰 돈을 벌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죠.누구도 기업을 위해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요. 주식은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큽니다. 저는 최악을 먼저 생각하는 타입이어서 적금에 들거나 부동산에 투자합니다. 출연료도 지분 대신 현금만 받습니다. 도박은 안해요. 골프(핸디캡 15)할 때도 내기는 안합니다. "

그는 수년간 연예기획사들의 우회 상장 러시에서 숱한 투자 권유를 받았지만 모두 뿌리쳤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주식을 그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연예계에서 제 돈만 못가져갔을 겁니다. 배짱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어렵게 번 돈을 쉽게 쓸 수 없잖아요. "

주식을 전혀 모르지만 현수역을 맡은 것은 순전히 캐릭터 때문이다. "정리 안되고 흐트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겨울연가'의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벗고 싶기도 했고요. 영화는 현수가 골방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시작돼요. 이 작품에서 주식은 욕망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욕망이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이죠.작전세력들은 겉으론 근사하지만 점점 폭력적이고 비열해지며 추악해집니다. "

그는 일단 일을 맡으면 다른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며 작품을 분석한다. "행동은 액세세리에 불과해요. 연기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10년 뒤에도 한국과 일본에서 연기와 가수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롱런하는 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죠."

유재혁 기자/임대철 인턴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