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7시께 서울 서초동 교대역 인근의 퓨전요리주점 '오뎅사께'.25평(82.5㎡) 규모의 매장 안에는 초저녁임에도 20~30대 젊은층에서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에는 대부분 소주나 맥주 대신 사케가 올라와 있고 손님들은 수제 어묵을 곁들여 술잔을 주고받는다. 방금 점포에 들어 온 여성 고객 일행도 자리에 앉자마자 사케 '혼조조야마다니시키' 한 병을 주문한다.
주점 창업시장, 거센 '사케 바람'…경쟁점 없는 오피스ㆍ대학가 노려라
지난해 8월 매장을 연 점주 배규상씨(31)는 "사케와 오뎅 등이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로부터 인기가 있어 일본식 주점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았다"며 "여전히 소주나 맥주를 마시는 손님들도 있지만 사케를 주문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시장에 '사케'주점 바람이 불고 있다. 사케를 파는 주점들이 인기를 모으고 이에 맞춰 관련 프랜차이즈가 속속 등장하면서 사케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창업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보다 친숙함을 느끼는 젊은층이 소비의 주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높다"며 "당분간 사케 창업 붐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퓨전요리점 · 라멘집도 '사케 주점'으로 변신

사케는 소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맛이 부드러워 20~30대 여성들에게도 인기다. 재료나 제조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 와인 못지않게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3~4년 전 사케 바람 초기에는 '쇼부' 등 정통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프랜차이즈가 주류를 이뤘지만,최근에는 정통 일본 요리에 익숙지 않은 젊은층을 겨냥한 퓨전요리형 사케 주점들이 인기다.

'오뎅사께'와 '라쿠엔'이 대표적인 브랜드.오뎅사께는 처음에 퓨전요리주점으로 출발했다가 사케전문 주점으로 변신한 케이스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10여종의 사케와 함께 수제 어묵뿐 아니라 60여개의 다양한 퓨전요리를 메뉴로 제공한다. 최근 1년간 신규 점포를 100개 이상 열어 가맹점 수가 200개를 돌파하는 등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라쿠엔도 정통 이자카야를 표방하면서도 한 · 중 · 일 3국의 70여종 퓨전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하코야''멘무샤''아부라' 등 최근 1~2년 사이에 등장한 일본식 라면(라멘)전문 프랜차이즈들도 점심에는 라멘과 마키 등의 식사 메뉴를 제공하고 저녁 이후에는 다양한 일식 안주와 함께 각종 사케를 판매한다.

◆시장 포화 우려…입지 잘 살펴야

이자카야 등 사케 관련 프랜차이즈는 3~4년 전만 해도 5~6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여곳이 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브랜드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66~99㎡(20~30평)규모의 점포를 내는 데 4000만~1억원대의 창업비용을 제시하고 있다. 천상(이태원 · 서소문),유다(이태원),츠키지(도곡동),츠쿠시(남영동) 등 독립점포형 사케전문점도 많아졌다.
주점 창업시장, 거센 '사케 바람'…경쟁점 없는 오피스ㆍ대학가 노려라
이처럼 사케를 주종으로 하는 주점이 늘어나면서 '시장 포화단계'에 진입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심상권이나 직장인이 많은 오피스가,대학가 등 장사가 될 만한 곳에는 이미 사케전문 주점이 많이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사케가 최근 대중화되고 있긴 하지만 소주나 맥주에 비해선 소비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 점포를 낼 경우에는 주변 상권에 경쟁 점포가 있는지 여부와 충분한 고객층이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사케주점 창업시 일부 마니아층을 겨냥한 전문점이 아니라면 매장 인테리어나 메뉴에서 지나치게 일본 색깔을 부각시킬 경우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