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열전]④손영태…아마추어 개미가 400억 기업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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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선 부산시 녹산공단. 이 곳은 한겨울에도 하루종일 각종 기계음과 쇳소리로 시끄럽다. 공단 한 가운데 제품생산 공장과 3층짜리 조립식 건물로 구성된 조선기자재 제조업체 (주)케이씨가 자리잡고 있다. '슈퍼개미' 손영태씨(52)는 이 곳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20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는 사장님이다.
손 씨에게도 슈퍼개미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지만 그는 전공분야가 다르다. 데이트레이딩같은 전업투자가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에 몰두하고 있다. 처음에는 ‘개미 투자자’로 시작했지만 엔지니어로서 제조업체를 운영하게 됐고, 지금은 ‘M&A 큰 손’으로 통한다.
◆ “공모주로 번 돈, 땅 사서 불렸다”
손 씨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자산은 400억원을 웃돈다. 어떻게 큰 돈을 벌었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다른 답이 나왔다."1980년대 중반부터 공모주를 사모은 것이 큰 돈이 됐죠. 투자한 지 10여년 만에 40배 이상을 챙겼습니다. 이 때 번 돈으로 땅을 샀고, 지금은 그 돈으로 M&A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손 씨의 첫 직장은 대우조선해양이다. 1981년 입사했지만 개인사업을 위해 퇴사했고 곧바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한 뒤 1986년 (주)케이씨를 설립했고,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선박전기부식방지장치(ICCP)의 국산화를 주도했다.
"그 때 종잣돈은 7억원 가량에 불과했습니다. (주)케이씨를 설립하기 위해 5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여윳돈 1억5000만원으로 공모주식을 샀죠. 그 때까지 주식투자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요. 모 증권사에 근무하던 지인의 권유로 포항제철(현재 포스코)과 쌍용정유(현 S-Oil),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공모주를 나눠샀습니다"
이 공모주를 10여년 만에 팔아 40억원 가량을 마련했다는 게 손 씨의 설명이다. 1억5000만원을 투자해 40배 가까이 수익을 낸 셈이다. 그는 이렇게 불린 돈으로 울산시 울산역 부근에 땅을 샀다. 이 땅은 지금 시세차익만해도 160억원을 훨씬 넘어선다고 한다.
그가 설립한 (주)케이씨의 성장도 눈부시다. 3명에 불과했던 직원수는 46명으로 늘어났고, 한 해 매출액은 120억원(2008년말 기준)에 달할 정도로 우량한 중소기업이 됐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0%다.
◆ 아마추어 ‘슈퍼개미’…5%룰도 몰랐다
손 씨가 증권시장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07년 5월. 코스닥 상장사인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 탑엔지니어링을 빼앗기 위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때부터다. 자신이 경영중인 (주)케이씨를 우회상장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탑엔지니어링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러나 손 씨는 M&A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마추어 ‘슈퍼개미’였다. 5%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대량보유변동보고인 ‘5%룰’도 몰랐을 정도다. 적대적 M&A를 위해 탑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하던 중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한 통의 경고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란 그다.
탑엔지니어링을 적대적 M&A를 할 당시 그는 주식시장에서 1주당 평균 7000원의 가격에 총 90만주를 매입했다. 63억원 어치로 지분으로 따지면 6.46%인데도 지분공시제도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
지분공시제도는 상장주식등의 변동 정보를 빨리 공시하도록 해 해당회사 임원 및 주요주주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예방하고, 적대적 M&A에 대한 합리적인 경영권 방어와 기업지배권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우 기본적인 제도다.
그는 “엔지니어로 평생을 살다보니 주식의 기초상식에 어두웠다”며 “남몰래 지분을 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금융감독원의 지분공시 요구를 받고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 007작전을 방불케 한 지분매입
하지만 손 씨의 지분매입 전략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그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큰 손’을 찾기 위해 고의로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았다. 또한 남몰래 지분을 사기 위해 인터넷으로만 필요한 연락을 취했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M&A 소문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혼자서 지분을 매입하다 보니 자금압박 등 어려운 일들이 발생했다”며 “여유자금이 많은 투자자들을 찾기 위해 5만주 이상 대량으로 매도주문을 체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주주명부를 볼 수 없으니 대량매도를 체결한 뒤 이를 사들인 창구를 통해 매수자를 찾아 다니며 자신의 편이 되어 달라고 설득했던 것.
이 같은 노력으로 손 씨는 또 다른 ‘큰 손’을 만날 수 있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건설업계에서 M&A를 시도하는 슈퍼개미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후 이메일 등 인터넷으로만 연락을 취했다. 손 씨는 “적대적인 M&A를 시도한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 주가가 오를 수 있어 이메일 등을 통해서만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 실패로 끝난 M&A…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손 씨는 탑엔지니어링의 적대적 M&A에 실패했다. 우호지분을 갖고 있던 일부 큰 손들이 중간에 다른 M&A를 한다며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10개월여 동안 주주들을 찾아다니면서 모은 지분은 6% 남짓에 불과했고 이 지분으로는 현 경영진 세력(지분 17%)을 제압할 수 없었다. 2008년 3월 정기주주총회때 현 경영진에 맞서 새로운 이사를 추천한 뒤 이사선임의 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지고 말았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달렸다. 손씨는 M&A 호재로 주가를 올리고 돈만 챙겨 도망간다는 이른바 ‘먹튀’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시장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수 없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보낸 약 1년. 그는 올해에도 자신의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다시 M&A에 나섰다. 이 달초 탑엔지니어링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다. 1%이상인 주주들의 명부를 파악해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때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목표로 또다른 007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약 1년 6개월만에 탑엔지니어링을 둘러싼 M&A 제2라운드를 벌일 계획입니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주)케이씨의 자금까지 투입할 예정입니다" 한 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그의 각오는 정말 남달랐다.
◆ 그렇다면 왜 탑엔지니어링인가?
탑엔지니어링을 M&A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우선 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점을 꼽았다. 이 회사 경영진의 지분은 17%(2008년 9월 기준)에 불과했다. 또 제조업 경영으로 잔뼈가 굵은 자신의 잣대를 적용했을 때 탑엔지니어링 경영진은 회사를 키우기 위한 열정이 전혀 없어 보였고 그것이 M&A를 결심하게 된 동기라고 손씨는 대답했다.
그는 “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말처럼 '꽃'과 '강'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힘써야 회사가 발전하는 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똑같은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을 비싼 값에 팔고 있는 일본의 히타치와 경쟁하지 못하고 내수 판매에만 매달리고 있는 탑엔지니어링의 경영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탑엔지니어링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작년 상반기 이후 1만원을 웃돌던 이 회사 주가는 3000원대(2009년 1월말 현재)까지 주저앉았다. 주주들의 허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손 씨는 탑엔지니어링의 발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낮은데 비해 현금보유액은 꽤 높은 우량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탑엔지니어링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59%와 2305% 급증한 1179억원과 243억원이다.을 달성, 사상 최대의 실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손 씨는 특히 “경기도 파주로 이전한 공장부지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아 탑엔지니어링의 자산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의 강력한 M&A 의지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탑엔지니어링의 현재 자산을 담보로 내세워 보다 많은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인 발광다이오드(LED)사업 등에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탑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벌인 자신의 M&A 시도를 두고 ‘정당한 도전’ 또는 ‘마지막 열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자신이 경영하는 (주)케이씨와 탑엔지니어링을 상호 합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그의 M&A 시도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부터 출발한 슈퍼개미로서, 작은 회사의 사장으로서 그가 탑엔지니어링 경영진에 던지는 쓴소리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비쳐졌다.
부산=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손 씨에게도 슈퍼개미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지만 그는 전공분야가 다르다. 데이트레이딩같은 전업투자가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에 몰두하고 있다. 처음에는 ‘개미 투자자’로 시작했지만 엔지니어로서 제조업체를 운영하게 됐고, 지금은 ‘M&A 큰 손’으로 통한다.
◆ “공모주로 번 돈, 땅 사서 불렸다”
손 씨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자산은 400억원을 웃돈다. 어떻게 큰 돈을 벌었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다른 답이 나왔다."1980년대 중반부터 공모주를 사모은 것이 큰 돈이 됐죠. 투자한 지 10여년 만에 40배 이상을 챙겼습니다. 이 때 번 돈으로 땅을 샀고, 지금은 그 돈으로 M&A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손 씨의 첫 직장은 대우조선해양이다. 1981년 입사했지만 개인사업을 위해 퇴사했고 곧바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한 뒤 1986년 (주)케이씨를 설립했고,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선박전기부식방지장치(ICCP)의 국산화를 주도했다.
"그 때 종잣돈은 7억원 가량에 불과했습니다. (주)케이씨를 설립하기 위해 5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여윳돈 1억5000만원으로 공모주식을 샀죠. 그 때까지 주식투자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요. 모 증권사에 근무하던 지인의 권유로 포항제철(현재 포스코)과 쌍용정유(현 S-Oil),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공모주를 나눠샀습니다"
이 공모주를 10여년 만에 팔아 40억원 가량을 마련했다는 게 손 씨의 설명이다. 1억5000만원을 투자해 40배 가까이 수익을 낸 셈이다. 그는 이렇게 불린 돈으로 울산시 울산역 부근에 땅을 샀다. 이 땅은 지금 시세차익만해도 160억원을 훨씬 넘어선다고 한다.
그가 설립한 (주)케이씨의 성장도 눈부시다. 3명에 불과했던 직원수는 46명으로 늘어났고, 한 해 매출액은 120억원(2008년말 기준)에 달할 정도로 우량한 중소기업이 됐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0%다.
◆ 아마추어 ‘슈퍼개미’…5%룰도 몰랐다
손 씨가 증권시장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07년 5월. 코스닥 상장사인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 탑엔지니어링을 빼앗기 위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때부터다. 자신이 경영중인 (주)케이씨를 우회상장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탑엔지니어링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러나 손 씨는 M&A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마추어 ‘슈퍼개미’였다. 5%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대량보유변동보고인 ‘5%룰’도 몰랐을 정도다. 적대적 M&A를 위해 탑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하던 중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한 통의 경고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란 그다.
탑엔지니어링을 적대적 M&A를 할 당시 그는 주식시장에서 1주당 평균 7000원의 가격에 총 90만주를 매입했다. 63억원 어치로 지분으로 따지면 6.46%인데도 지분공시제도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
지분공시제도는 상장주식등의 변동 정보를 빨리 공시하도록 해 해당회사 임원 및 주요주주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예방하고, 적대적 M&A에 대한 합리적인 경영권 방어와 기업지배권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우 기본적인 제도다.
그는 “엔지니어로 평생을 살다보니 주식의 기초상식에 어두웠다”며 “남몰래 지분을 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금융감독원의 지분공시 요구를 받고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 007작전을 방불케 한 지분매입
하지만 손 씨의 지분매입 전략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그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큰 손’을 찾기 위해 고의로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았다. 또한 남몰래 지분을 사기 위해 인터넷으로만 필요한 연락을 취했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M&A 소문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혼자서 지분을 매입하다 보니 자금압박 등 어려운 일들이 발생했다”며 “여유자금이 많은 투자자들을 찾기 위해 5만주 이상 대량으로 매도주문을 체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주주명부를 볼 수 없으니 대량매도를 체결한 뒤 이를 사들인 창구를 통해 매수자를 찾아 다니며 자신의 편이 되어 달라고 설득했던 것.
이 같은 노력으로 손 씨는 또 다른 ‘큰 손’을 만날 수 있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건설업계에서 M&A를 시도하는 슈퍼개미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후 이메일 등 인터넷으로만 연락을 취했다. 손 씨는 “적대적인 M&A를 시도한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 주가가 오를 수 있어 이메일 등을 통해서만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 실패로 끝난 M&A…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손 씨는 탑엔지니어링의 적대적 M&A에 실패했다. 우호지분을 갖고 있던 일부 큰 손들이 중간에 다른 M&A를 한다며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10개월여 동안 주주들을 찾아다니면서 모은 지분은 6% 남짓에 불과했고 이 지분으로는 현 경영진 세력(지분 17%)을 제압할 수 없었다. 2008년 3월 정기주주총회때 현 경영진에 맞서 새로운 이사를 추천한 뒤 이사선임의 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지고 말았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달렸다. 손씨는 M&A 호재로 주가를 올리고 돈만 챙겨 도망간다는 이른바 ‘먹튀’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시장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수 없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보낸 약 1년. 그는 올해에도 자신의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다시 M&A에 나섰다. 이 달초 탑엔지니어링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다. 1%이상인 주주들의 명부를 파악해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때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목표로 또다른 007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약 1년 6개월만에 탑엔지니어링을 둘러싼 M&A 제2라운드를 벌일 계획입니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주)케이씨의 자금까지 투입할 예정입니다" 한 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그의 각오는 정말 남달랐다.
◆ 그렇다면 왜 탑엔지니어링인가?
탑엔지니어링을 M&A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우선 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점을 꼽았다. 이 회사 경영진의 지분은 17%(2008년 9월 기준)에 불과했다. 또 제조업 경영으로 잔뼈가 굵은 자신의 잣대를 적용했을 때 탑엔지니어링 경영진은 회사를 키우기 위한 열정이 전혀 없어 보였고 그것이 M&A를 결심하게 된 동기라고 손씨는 대답했다.
그는 “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말처럼 '꽃'과 '강'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힘써야 회사가 발전하는 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똑같은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을 비싼 값에 팔고 있는 일본의 히타치와 경쟁하지 못하고 내수 판매에만 매달리고 있는 탑엔지니어링의 경영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탑엔지니어링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작년 상반기 이후 1만원을 웃돌던 이 회사 주가는 3000원대(2009년 1월말 현재)까지 주저앉았다. 주주들의 허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손 씨는 탑엔지니어링의 발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낮은데 비해 현금보유액은 꽤 높은 우량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탑엔지니어링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59%와 2305% 급증한 1179억원과 243억원이다.을 달성, 사상 최대의 실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손 씨는 특히 “경기도 파주로 이전한 공장부지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아 탑엔지니어링의 자산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의 강력한 M&A 의지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탑엔지니어링의 현재 자산을 담보로 내세워 보다 많은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인 발광다이오드(LED)사업 등에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탑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벌인 자신의 M&A 시도를 두고 ‘정당한 도전’ 또는 ‘마지막 열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자신이 경영하는 (주)케이씨와 탑엔지니어링을 상호 합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그의 M&A 시도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부터 출발한 슈퍼개미로서, 작은 회사의 사장으로서 그가 탑엔지니어링 경영진에 던지는 쓴소리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비쳐졌다.
부산=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