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대졸 초임은 경제 수준을 감안할 때 선진 경쟁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이 재계 전반에서 설득력과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으로 종업원 1000명 이상 국내 기업의 대졸 초임(월급)은 2만5605달러(달러당 929.2원 환율 적용)로 일본(2만4785달러,달러당 117.8엔 적용)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일본은 82,싱가포르는 87 정도였다.

1인당 국민소득(GNI) 대비 대졸 초임은 한국이 1.3배로 나타나 일본(0.56배) 싱가포르(0.69배) 미국(1.18배) 등에 비해 훨씬 높았다. 생산성을 감안한 임금은 한국이 2000~2007년 사이 25.2%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일본(-29.4%) 대만(-29.5%) 미국(-3.9%)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한국의 대졸 초임은 국민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교 대상 선진국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보다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이 높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1인당 GDP(2007년 기준) 대비 대졸 초임은 한국이 127.9로 일본(72.3) 영국(92.2) 미국(94.5) 등보다 크게 높았다.

한국의 대졸 초임은 일본에 비해 전 업종에 걸쳐 높은 수준이다. 금융 및 보험업의 경우 한국은 3만3514달러로 일본(2만2273달러)에 비해 50.5%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일본보다 높았다. 격차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 났다.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국내 기업의 대졸 초임은 일본보다 18% 높았으며,300~999명 규모의 기업에선 6.1% 많았다. 100~299명 규모의 중소기업은 한국 초임이 일본보다 2.9% 높았다.

한국은 임금 상승 속도 역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1500만원이던 한국의 대졸 연봉은 10년 만에 2379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한국의 실질 임금상승률은 25.9%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일본은 실질 임금상승률이 1.7%에 그쳤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달러대를 나타낼 때의 연간 임금상승률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한국은 8.7%로 미국(6.7%) 영국(5.2%) 일본(3.8%) 등 선진국보다 높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성과급제와 연봉제 등 국내 기업의 급여 체계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들 간 인재 영입 경쟁이 임금 수준을 과도하게 높인 측면이 있다"며 "이는 기업의 생산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대학 졸업자들의 눈높이를 과도하게 높여 실업난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버블 붕괴 직후 대졸 초임을 동결시키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2003년에는 일본 기업의 91.4%가 대졸 초임을 동결했고,최근 10년간 일본 기업의 50% 이상이 초임을 동결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안정락/서보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