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일수록 CEO(최고경영자)의 표정 하나가 직원들의 충성도는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좌우합니다. CEO 스스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인 직(職)과 하늘이 정해준 일인 업(業)이 일치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 밝은 표정이 나오고 긍정적인 사고도 가능하겠지요. "

권기찬 웨어펀그룹 회장은 명품 수입업계의 '대부'로 통한다. 1986년 의류 완제품 수입이 자유화되자마자 명품 수입에 뛰어들어 23년간을 몸담아 왔다.

오너이자 CEO로 오랜 기업 경영 경험을 갖고 있는 그가 이번엔 CEO의 특성과 리더십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박사학위(경원대)를 받았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시장만큼 치열한 이미지 전쟁이 벌어지는 곳도 드물 겁니다. 그 중심엔 CEO가 있습니다. 기업 이미지는 누구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총체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CEO의 특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권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은 루이비통그룹(LVMH)의 오너이자 CEO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루이비통이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채 20년도 되지 않은 일입니다. 아르노 회장의 신비주의 전략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는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인물로 유명한데 0.1% 상류층을 겨냥한 제품 이미지와도 딱 맞아 떨어지는 셈이지요. "

때론 정반대의 CEO 기질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권 회장은 국내에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주요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직원들과 현장에서 직접 몸을 부딪히고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 회장은 '재벌 2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깼다"는 게 이유다. SK는 권 회장의 논문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국내 석 · 박사 대학원생을 표본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차지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1년여 째 '화 안 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최고 경영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직원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스스로 입증해 보이기 위해서다. "웨어펀그룹의 가치는 '컬처&펀'입니다. CEO가 행복한 표정을 지어야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제 표정을 따라하겠죠.안 될 줄 알았는데 훈련을 하니까 정말 화를 안 내게 되더군요.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