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점포폐쇄,대량 감원에다 1달러짜리 커피까지 내놓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 반면 한국 스타벅스는 '별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스타벅스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명암 엇갈린 한 · 미 스타벅스

미국 스타벅스는 지난해 이후 미국 내 975개 매장 문을 닫고 1만84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69% 급감한 6430만달러에 그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달 1달러짜리 인스턴트커피 '비아'를 출시했고 이달 3일부턴 간단한 식사에 카페라테를 곁들인 아침 메뉴를 3달러95센트(5500원)에 팔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고가 이미지를 버리고 저가 메뉴로 승부를 건 것이다.

한국의 스타벅스는 사정이 정반대다. 한국 스타벅스는 지난해 17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1345억원) 27.1% 성장했다. 올해 매출도 20~3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장 수는 10년 전인 1999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이후 현재 288개에 이른다. 지난해 매장을 50개 이상 늘렸고 올해도 지난 3일 문을 연 신세계 센텀시티점 2곳을 포함해 50여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미국시장 포화,저가커피에 고전

미국 스타벅스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성장 여력이 없기 때문.미국 커피전문점 시장은 연간 120억달러(약 18조6000억원)로 거의 정체상태여서 신규 수요 창출 가능성도 낮다. 미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한국인의 6배에 달한다.

또 '맥카페'와 '던킨도너츠' 커피,'밀스톤(millstone)''에잇어클락 커피(8 O'Clock Coffee)' 등 중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에 밀려나고 있다. 뉴욕에서 '아메리카노' 가격은 스타벅스가 2달러10센트(약 3255원 · 12온스)로 맥카페 1달러29센트(약 2000원),던컨 1달러25센트(약 1937원)보다 80센트가량 비싸다.

◆한국에선 시장 커지고 현지화 성공

한국 스타벅스가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구가하는 것은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최근 5년간 평균 25%씩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지난해 3900억원에서 올해는 5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도 '맥카페'가 등장했고 던킨도너츠가 커피 가격을 내렸지만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고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타깃층을 경기에 덜 민감한 20~30대로 잡았다. 무료 인터넷 서비스,매장 내 서재 운영,커피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문화 교류공간'으로 인식하게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한국의 좌식(座式) 문화에 맞춰 매장 규모를 늘리고 의자를 많이 배치한 것도 미국과 다른 점이다. 박찬희 스타벅스코리아 홍보부장은 "국내 점포는 대부분 50석 이상 중형 매장이고 100석이 넘는 대형 매장도 전체의 30%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설명했다. 또 수익성 높은 베이커리 사업을 강화,현재 50여종의 베이커리 메뉴가 있고 디저트 붐에 맞춰 마카롱과 컵케이크,떡까지 내놓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