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글로벌 기업의 숫자가 국가 경제력을 대표하는 시대입니다. 이럴 때 여전히 '경제력 집중' 문제에 집착한다면 이는 고래를 연못에 가두려는 폐쇄적 사고와 다름없어요. "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의 대표적 논객 중 한 사람인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가 좌파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의 경제관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을 펴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부터 줄곧 자유시장경제의 이념적 정체성 확립을 주문해 온 조 교수는 《경제개혁연대의 경제관 비판》(자유기업원 간)에서 '경제력 집중이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개혁연대 주장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좌파 경제학자의 단골 메뉴인 경제력 집중 문제를 실증적 분석을 통해 반박한 자료는 찾아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경제력 집중 문제는 이젠 버려야 할 유산"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20년간 경제력 집중이 지속적으로 심화돼 왔다는 주장은 허구입니다. 2001~2006년 50대,200대 기업의 자산 통계 등을 보면 국민경제적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 계열 분리된 친족 그룹을 (범)재벌로 묶는 것도 도마 위에 올렸다. 가령 삼성과 한솔,CJ 신세계를 공통의 이해관계에 의한 공동행위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증거 제시 없이 이를 하나의 단위로 취급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경제력 집중 문제를 심각한 것처럼 보이려는 '작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기업 집단의 오너는 무한 팽창을 꾀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란 좌파적 인식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말해 예단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외환위기 이후 2001~2005년 동안 상장 기업의 소유 · 지배구조와 경영 성과 간의 관계를 보면 '소유 경영'의 상대적 우수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그는 주인 의식에 기초한 '책임과 속도'가 경영 성과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데 힘을 모아도 부족한 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편협성이 우리 사회 성장 동력을 깎아먹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 그가 책을 펴낸 동기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