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고전읽기] ⑪ 카프카「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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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소외’에서 벗어날수 없는 인간의 운명
작가들마다 그의 이름 뒤에 붙는 꼬리표가 있다.
그러한 꼬리표는 자못 진부할 수도 있으나 그 작가의 세계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년)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를 들춰보면 거기에 적혀있는 단어는 '불안'이다.
"나의 본질은 불안이다(ist ja mein wesen; angst)"고 고백한 카프카에게 있어서 '불안'은 그가 삶과 마주하면서 항상 가슴 아프게 품고 있었던 그 무엇이었다.
삶의 진실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한 카프카 문학은 해석의 다의성으로 유명하다.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으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 카프카의 문학 세계는 세기를 달리한 지금도 여전히 끊임없는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다.
하지만 함축적 비유로 헝클어진 카프카 언어의 신비한 밀림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는 상존하니,바로 다름 아닌 '불안'이라는 핵심적 요소이다.
"나는 항상 나의 뼈 속에 간직하고 있고 이 뼈 속에서만 체험되는 그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했고,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하였으며,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미 자주 언급했던 불안인 것 같습니다. 그 불안은 가장 거대한 것뿐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가지고 있는 불안이며 한 마디 말을 하는 데 있어서도 경련을 일으키는 불안입니다"라는 고백을 남긴 카프카에게 불안이라는 주제는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이름이었다.
또한 불확실한 내면세계를 더듬으면서 느꼈던 가장 강렬한 감정이기도 하였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누가 나를 검증할 수 있을까요? 내 자신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불명확한 것들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정확히 규명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 카프카는 불안이라는 주제를 그의 일생에 걸쳐 변치 않고 연주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부조리를 독특하게 표현하였다.
이러한 카프카 문학세계의 입문서로 유명한 작품은 <변신>이라는 단편이다.
현재 알려진 카프카의 작품 대부분은 그의 사후에 발표되었다.
1924년 폐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카프카는 많은 작품과 편지 및 일기를 남겼고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비평가인 막스 브로트가 작품들을 남김없이 없애버리라는 카프카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글을 편집해 출간하였다.
그러나 '변신'은 특이하게도 카프카 생전에 출판된 작품이다.
1912년에 집필해 1915년에 발표된 <변신:Die Verwandlung>은 카프카가 표현하고자 한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작품은 나이고 내 이야기들은 나다,나와 관계없는 것은 아무 것도 쓰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 카프카에게 그의 작품은 고차원적인 자서전이며 기괴한 방식으로 표현된 자기분석이었다.
<변신>은 '불안과 소외'라는 주제에 일평생 매달린 작가의 자기고백적 성격을 지녔으며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에게는 작가 자신이 투영되었다.
소설은 어느 날 닥친 사건을 담담한 어조로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그레고르는 어느 하루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벌레로 변신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내던져진 그레고르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는다.
느닷없이 이방인이 된 그레고르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세계는 놀랍고 기이하다.
무력하기 짝이 없는 벌레의 몸을 가지나,이와 동시에 '소속된 인간'이었던 자신으로서는 접근할 수 없던 인식의 영역을 '추방된 벌레'로서 날카롭게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프카의 분신 그레고르가 이방인의 눈길로 바라본 삶의 모습이 흥미로운 상징과 암시로 표현된 <변신>을 다음의 기출 제시문과 함께 경험해 보도록 하자.
☞ 기출논제
[논제] 다음은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요 부분을 발췌한 글이다.
이 작품에서는 보험 회사 외판원인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문득 벌레로 변해 버린 사건이 발생한다.
인용한 발췌 부분에 유의하여 이 소설에 나타난 '변신'의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고,오늘날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구체적 경우를 들어 설명하시오. (한양대 1998학년도 인문계 정시 논술)
[제시문]
(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위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다.
고개를 쳐들고 보니 껍데기에 활 모양으로 불룩한 갈색무늬가 보였다.
(나) "아아,지배인님! 이제 곧 일어납니다. 몸이 좀 불편하고 현기증이 나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8시 차로는 출발하겠습니다. 두서너 시간 쉬었더니 기운이 좀 납니다. 지배인님! 저도 곧 직장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그레고르는 이런 말들을 급히 쏟아놓았기 때문에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거의 알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중략…)
그레고르는 의자 등받이를 조그만 발들로 꼭 붙들었다.
그 때 지배인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한마디라도 알아 들으셨습니까?"
지배인이 부모에게 물었다.
"확실히 저희들을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 이윽고 "짤깍" 하고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모습은 문에 가려져 있어 아직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중략…)
그 때 "오!" 하고 신음하듯 내뱉는 지배인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지배인은 놀라 딱 벌린 입을 한 손으로 가린 채 천천히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어머니는 두 손을 모으고 처음에는 아버지를 쳐다보더니 다음에는 그레고르 쪽으로 두어 걸음 걸어와서 느닷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아버지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마치 그레고르를 방안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라) 첫날 아침에 불러왔던 의사와 자물쇠 장수에게 뭐라고 말해 돌려 보냈는지 그레고르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아무도 그레고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따라서 누구나 그레고르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 아버지는 찬장 위에 있는 과일 접시에서 사과를 집어 주머니에 잔뜩 집어넣더니 처음에는 겨누지도 않고 사과를 연달아 던졌다.
던져진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을 스쳤지만 다치지는 않고 빗나갔다.
그러나 다음에 날아온 사과가 그레고르의 등을 제대로 맞히고 말았다.
뜻밖에 받은 심한 고통으로 그는 옴짝달싹 못하고 온 감각이 마비되어 그 자리에 뻗어버렸다. (…중략…)
아무도 꺼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는 등에 박힌 채 남아 있었다.
(바)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아버지를 침대로 데려다 주고 거실로 돌아오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서로 뺨이 닿을 정도로 바싹 다가앉는다.
어머니는 그레고르의 방을 가리키며,"그레테야,저 문을 닫아라!"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레고르는 또다시 어둠 속에 혼자 버려지게 된다.
(사) "어머니! 아버지! 이 이상 더 못 견디겠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직 사정을 잘 모르시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저는 이런 괴물을 오빠라 부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것을 없애버려야 해요."
(아) 그가 방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성급히 문이 닫히더니 열쇠가 채워져 그는 그대로 방에 갇히고 말았다.
누이동생은 미리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레고르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번개같이 달려왔던 것이다.
그녀는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넣어 돌리며 "이젠 됐어요!"라고 부모를 향해 외쳤다.
'자 이제부터 어쩐다?' 그레고르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며 어둠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곧 자기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 교회에서 시계탑이 새벽 3시를 칠 때까지 그는 이처럼 허전하고 고요한 명상에 잠겨 있었다.
창 밖이 환하게 밝아오기 시작한 것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때 그의 머리가 자기도 모르게 밑으로 푹 수그러졌다.
그리고 그의 콧구멍에서는 마지막 숨이 힘없이 새어나왔다.
(차) 그런 후에 세 사람이 함께 집을 나섰다.
몇 달 동안이나 이런 일은 없었다.
세 사람은 전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전차 안에는 그들 세 사람뿐이었다.
따뜻한 햇볕이 차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들은 편안하게 좌석에 몸을 기대고 장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작가들마다 그의 이름 뒤에 붙는 꼬리표가 있다.
그러한 꼬리표는 자못 진부할 수도 있으나 그 작가의 세계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년)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를 들춰보면 거기에 적혀있는 단어는 '불안'이다.
"나의 본질은 불안이다(ist ja mein wesen; angst)"고 고백한 카프카에게 있어서 '불안'은 그가 삶과 마주하면서 항상 가슴 아프게 품고 있었던 그 무엇이었다.
삶의 진실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한 카프카 문학은 해석의 다의성으로 유명하다.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으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 카프카의 문학 세계는 세기를 달리한 지금도 여전히 끊임없는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다.
하지만 함축적 비유로 헝클어진 카프카 언어의 신비한 밀림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는 상존하니,바로 다름 아닌 '불안'이라는 핵심적 요소이다.
"나는 항상 나의 뼈 속에 간직하고 있고 이 뼈 속에서만 체험되는 그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했고,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하였으며,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미 자주 언급했던 불안인 것 같습니다. 그 불안은 가장 거대한 것뿐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가지고 있는 불안이며 한 마디 말을 하는 데 있어서도 경련을 일으키는 불안입니다"라는 고백을 남긴 카프카에게 불안이라는 주제는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이름이었다.
또한 불확실한 내면세계를 더듬으면서 느꼈던 가장 강렬한 감정이기도 하였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누가 나를 검증할 수 있을까요? 내 자신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불명확한 것들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정확히 규명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 카프카는 불안이라는 주제를 그의 일생에 걸쳐 변치 않고 연주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부조리를 독특하게 표현하였다.
이러한 카프카 문학세계의 입문서로 유명한 작품은 <변신>이라는 단편이다.
현재 알려진 카프카의 작품 대부분은 그의 사후에 발표되었다.
1924년 폐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카프카는 많은 작품과 편지 및 일기를 남겼고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비평가인 막스 브로트가 작품들을 남김없이 없애버리라는 카프카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글을 편집해 출간하였다.
그러나 '변신'은 특이하게도 카프카 생전에 출판된 작품이다.
1912년에 집필해 1915년에 발표된 <변신:Die Verwandlung>은 카프카가 표현하고자 한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작품은 나이고 내 이야기들은 나다,나와 관계없는 것은 아무 것도 쓰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 카프카에게 그의 작품은 고차원적인 자서전이며 기괴한 방식으로 표현된 자기분석이었다.
<변신>은 '불안과 소외'라는 주제에 일평생 매달린 작가의 자기고백적 성격을 지녔으며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에게는 작가 자신이 투영되었다.
소설은 어느 날 닥친 사건을 담담한 어조로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그레고르는 어느 하루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벌레로 변신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내던져진 그레고르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는다.
느닷없이 이방인이 된 그레고르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세계는 놀랍고 기이하다.
무력하기 짝이 없는 벌레의 몸을 가지나,이와 동시에 '소속된 인간'이었던 자신으로서는 접근할 수 없던 인식의 영역을 '추방된 벌레'로서 날카롭게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프카의 분신 그레고르가 이방인의 눈길로 바라본 삶의 모습이 흥미로운 상징과 암시로 표현된 <변신>을 다음의 기출 제시문과 함께 경험해 보도록 하자.
☞ 기출논제
[논제] 다음은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요 부분을 발췌한 글이다.
이 작품에서는 보험 회사 외판원인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문득 벌레로 변해 버린 사건이 발생한다.
인용한 발췌 부분에 유의하여 이 소설에 나타난 '변신'의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고,오늘날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구체적 경우를 들어 설명하시오. (한양대 1998학년도 인문계 정시 논술)
[제시문]
(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위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다.
고개를 쳐들고 보니 껍데기에 활 모양으로 불룩한 갈색무늬가 보였다.
(나) "아아,지배인님! 이제 곧 일어납니다. 몸이 좀 불편하고 현기증이 나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8시 차로는 출발하겠습니다. 두서너 시간 쉬었더니 기운이 좀 납니다. 지배인님! 저도 곧 직장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그레고르는 이런 말들을 급히 쏟아놓았기 때문에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거의 알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중략…)
그레고르는 의자 등받이를 조그만 발들로 꼭 붙들었다.
그 때 지배인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한마디라도 알아 들으셨습니까?"
지배인이 부모에게 물었다.
"확실히 저희들을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 이윽고 "짤깍" 하고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모습은 문에 가려져 있어 아직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중략…)
그 때 "오!" 하고 신음하듯 내뱉는 지배인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지배인은 놀라 딱 벌린 입을 한 손으로 가린 채 천천히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어머니는 두 손을 모으고 처음에는 아버지를 쳐다보더니 다음에는 그레고르 쪽으로 두어 걸음 걸어와서 느닷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아버지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마치 그레고르를 방안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라) 첫날 아침에 불러왔던 의사와 자물쇠 장수에게 뭐라고 말해 돌려 보냈는지 그레고르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아무도 그레고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따라서 누구나 그레고르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 아버지는 찬장 위에 있는 과일 접시에서 사과를 집어 주머니에 잔뜩 집어넣더니 처음에는 겨누지도 않고 사과를 연달아 던졌다.
던져진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을 스쳤지만 다치지는 않고 빗나갔다.
그러나 다음에 날아온 사과가 그레고르의 등을 제대로 맞히고 말았다.
뜻밖에 받은 심한 고통으로 그는 옴짝달싹 못하고 온 감각이 마비되어 그 자리에 뻗어버렸다. (…중략…)
아무도 꺼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는 등에 박힌 채 남아 있었다.
(바)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아버지를 침대로 데려다 주고 거실로 돌아오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서로 뺨이 닿을 정도로 바싹 다가앉는다.
어머니는 그레고르의 방을 가리키며,"그레테야,저 문을 닫아라!"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레고르는 또다시 어둠 속에 혼자 버려지게 된다.
(사) "어머니! 아버지! 이 이상 더 못 견디겠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직 사정을 잘 모르시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저는 이런 괴물을 오빠라 부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것을 없애버려야 해요."
(아) 그가 방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성급히 문이 닫히더니 열쇠가 채워져 그는 그대로 방에 갇히고 말았다.
누이동생은 미리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레고르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번개같이 달려왔던 것이다.
그녀는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넣어 돌리며 "이젠 됐어요!"라고 부모를 향해 외쳤다.
'자 이제부터 어쩐다?' 그레고르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며 어둠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곧 자기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 교회에서 시계탑이 새벽 3시를 칠 때까지 그는 이처럼 허전하고 고요한 명상에 잠겨 있었다.
창 밖이 환하게 밝아오기 시작한 것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때 그의 머리가 자기도 모르게 밑으로 푹 수그러졌다.
그리고 그의 콧구멍에서는 마지막 숨이 힘없이 새어나왔다.
(차) 그런 후에 세 사람이 함께 집을 나섰다.
몇 달 동안이나 이런 일은 없었다.
세 사람은 전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전차 안에는 그들 세 사람뿐이었다.
따뜻한 햇볕이 차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들은 편안하게 좌석에 몸을 기대고 장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