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올해 경영진에게 지급하기로 한 스톡옵션 전량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직원과 신입 직원의 임금은 동결하거나 삭감하면서 임원들만 잇속을 챙긴다는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자 기존 계획을 전격 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스톡옵션과 유사한 장기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인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신한금융은 2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라응찬 회장 등 총 107명의 임직원에게 부여하기로 한 총 61만4735주의 스톡옵션을 모두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반납하는 스톡옵션 주식 수는 라 회장 3만5000주,신상훈 사장 3만1500주,이백순 신한은행장 2만8000주,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1만7600주 등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해마다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줬지만 올해에는 사회적 책임과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고자 스톡옵션을 모두 자진반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작년 말 정부와 대외채무지급 보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스톡옵션 8만5840주를 반납한 바 있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결정으로 다른 금융사들도 스톡옵션 부여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작년 말 정부와 MOU를 맺으면서 11만9000주를 반납했지만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다시 서충석 부행장 등 경영진 14명에게 총 49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KB금융지주도 오는 27일 주총에서 경영진에게 성과연동주식(스톡 그랜트)을 최대 25만주 부여하는 안건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스톡 그랜트는 일정한 경영성과를 냈을 때 회사가 주식을 사들여 경영진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이다.

하나금융은 올해부터 스톡옵션을 지급하지 않고 3년 후의 장기 실적에 연동된 인센티브를 현금으로 줄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3년 후의 장기 성과를 평가해 스톡옵션 대신 현금으로 성과급을 주기로 했으며 그 규모는 27일 주총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KB금융 하나금융 등은 신한금융의 반납 결정으로 기존 계획을 강행할지 여부를 놓고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는 2004년부터 스톡옵션을 주지 않고 있다.

스톡옵션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정해진 가격(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은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높을 경우 권리를 행사해 상당한 차익을 볼 수 있으며 주가가 행사가격을 밑돌 경우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은행 경영진이 과거 부여받은 스톡옵션은 최근 들어 은행 주가가 행사가격 아래로 떨어지면서 매력이 사라졌다.

하지만 반토막 난 은행 주가가 2~3년 뒤 반등하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들은 적잖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선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은 보험사 AIG가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