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체코의 중도우파 연립정부가 24일 의회 불신임으로 붕괴됐다.

체코는 벨기에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쿠웨이트 헝가리에 이어 경제위기의 직 · 간접적 영향으로 정부 교체가 이뤄진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동유럽 국가 중에선 세 번째다. 우크라이나 보스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에서도 연정 붕괴나 조기 총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동유럽 국가들의 '정권 붕괴 도미노' 사태는 이어질 전망이다.

◆체코,의회서 내각 불신임

체코 연정도 붕괴…경제위기로 동유럽 정부 '추풍낙엽'
미레크 토폴라네크 체코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된 뒤 "투표 결과를 수용하며 헌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헌법은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정부가 퇴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6년 총선 후 6개월 만인 2007년 1월에야 겨우 구성된 3개 정당의 소수 연립정부는 그동안 무소속 의원들의 지원으로 네 차례의 불신임안 표결을 넘기는 등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결국 이번 다섯 번째 표결에서 패배했다.

체코는 그동안 우파와 좌파 정당 어느 쪽도 의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국 불안이 계속돼왔으며,결국 경제위기가 명분이 되면서 정부가 붕괴하는 사태를 맞았다.

이번 불신임과 관련해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은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현 정부의 정책을 문제삼았지만 실제 체코는 대외부채가 많지 않아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에 대한 노출이 작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헝가리나 라트비아와 달리 체코의 정권 붕괴는 정치적 내분이 주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신임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토폴라네크 총리는 EU 의장국 임기가 끝나는 오는 6월 말까지는 총리 역할을 계속 수행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새 총리를 지명해야 하는데 새 총리가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해 정식 임명될 때까진 기존 내각이 정부를 이끌게 된다. 여당인 시민민주당은 토폴라네크 총리가 다시 한번 새 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이것도 실패할 경우 올 여름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현 내각이 EU 의장국 임기까지 끝낸 후 전문 관료들로 과도내각을 구성해 올 가을이나 내년 봄 조기 총선 때까지 정부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유럽 정부 연쇄 붕괴 우려
체코 연정도 붕괴…경제위기로 동유럽 정부 '추풍낙엽'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정부 붕괴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위기로 집권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야당의 조기 총선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에선 지난 21일 주르차니 페렌츠 총리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지지를 호소하며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헝가리에선 다음 달 중순 새 정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라트비아에서도 내각이 총사퇴했다.

불가리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야당들이 조기 총선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등으로부터 200억유로(2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루마니아도 지난해 11월 총선을 통해 좌우 동거 연립정부가 출범했지만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립정부 내 균열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친러 성향의 최대 야당인 지역당이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