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정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주식시장이나 ELS(주가연계증권) ELW(주식워런트증권) 등으로 자금이 속속 몰리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MMF(머니마켓펀드) 잔액은 감소세다. 펀드시장 자금도 목표수익률은 낮지만 안전성이 높은 채권형에서 빠져나와 국내와 해외주식형펀드로 이전하는 조짐이다.

30일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발행된 ELS는 4361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 달 동안의 발행 규모(4236억원)를 넘어섰다. ELS 발행 규모는 작년 11월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뒤 이후 계속 증가세다. 우량주와 코스피20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ELS는 주가 등락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나름 위험성이 있는 금융상품이다.

특히 이달 들어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원금 비보장형ELS가 전체 ELS 발행액의 87%에 달하는 점도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작년 9~10월의 경우 원금 비보장형 ELS는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지은 맥쿼리증권 이사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로 원금보장형 ELS의 목표 수익률이 낮아졌고,증시가 빠질 만큼 빠졌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투자자들이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원금손실의 위험은 있지만 목표수익률이 높은 원금 비보장형ELS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ELW도 지난 26일 하루 거래대금이 752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7409억원어치의 ELW가 거래되며 사상 두 번째로 매매가 활발했다. ELW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이다.

펀드시장에서도 위험 자산군에 투자하는 펀드로 자금이 이동 중이다. 국내 채권형펀드로 지난달 1조4920억원이 유입됐으나 이달 들어선 27일까지 1조2695억원이 순유출된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3월에 1조472억원이나 순유입된 것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1월 8643억원이 유출된 데 이어 지난달에도 7153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올 들어 자금이탈이 지속돼왔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그동안 납입을 중단했던 적립식펀드 투자자들이 자금을 새로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그동안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MMF에서는 자금이 연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MMF 설정잔액은 122조8228억원으로 7일 내리 자금이 이탈했다. 이 기간 빠진 자금만도 3조3694억원에 이른다.

이 돈은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양상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전 증권사에 입금한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같은 날 12조6106억원으로 5일 연속 증가했다. 빚 내서 주식을 거래하는 신용거래 융자잔액도 이달 들어 2621억원 많아지며 2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최저점 이후 지난 주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하자 그동안 위험 투자처를 피해 있던 자금 일부가 다시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MMF의 주요 투자자인 기관이 3월 결산을 위해 MMF에서 자금을 빼는 것일 수도 있다"며 "내달 초에도 MMF 설정액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은행의 저축성예금의 증가세가 정체되는 모습이 확인된다면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본격적으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