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따낸 10억8000만달러(약 1조4412억원)짜리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공사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이 러시아에서 수주한 4억달러(5338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건설공사도 전격 취소됐다. 앞서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현대건설 등 4곳의 국내 업체에 발주한 63억8000만달러(약 8조5141억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 또한 백지화되는 등 대형 해외건설 수주가 잇달아 무산되고 있다.

2일 건설업계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두바이 최대 국영 개발업체인 나킬사(발주처)가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 측에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공사의 계약 취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작년 말 단독으로 수주한 이 공사는 두바이의 인공섬 중 하나인 팜 주메이라 입구에 47층 높이의 타워형 주상복합 아파트 2개동과 쇼핑몰 백화점 극장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건설 연면적만 60만1675㎡(18만2000평)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건축공사(플랜트 제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나킬사는 얼마 전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10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 '나킬 하버 앤드 타워'의 공사도 1년간 중단키로 했다.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산을 담보로 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금융위기 여파로 외국투자자들도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GS건설이 작년 6월 러시아 국영업체인 타네코사로부터 수주한 타타르스탄 정유공장 건설 공사도 발주처 사정으로 없던 일이 됐다. GS건설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제위기로 계획이 백지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SK건설 등 4개 업체가 작년 5월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63억8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정유시설) 공사도 현지 정국 불안 탓에 취소됐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