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를 낮춰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국가 간 세금 인하 경쟁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조짐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컨설팅사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앤드쿠퍼스)는 미국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야후 본사 등에 한국 법인을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로 옮길 경우 17%에 달하는 법인세를 일정 기간 5~6%대로 낮춰주는 등 다양한 세금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PwC는 2005~2007년 크래프트 구글 야후 등 영국에 있던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유럽 법인이나 지사 등을 세율이 낮은 스위스로 옮기도록 컨설팅을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가 PwC를 통해 미국 다국적 기업 본사에 한국 법인의 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 한국지사가 유한회사로 전환을 마쳐 이전하려면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MS의 경우 2005년 3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한국지사 직원수는 정규직 500명을 포함해 700명에 달한다. 지난해 현대 · 기아차와 '차량IT혁신센터'를 설립했고 최근 성남시에 게임허브센터를 세우기로 한 상태다. 야후코리아도 2007년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직원 300여명 대부분이 서비스 운영 인력이다. 야후코리아와 한국MS 관계자들은 "아직 본사에서 싱가포르 이전에 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한국 법인 유치에 나선 것은 최근 상당수 다국적 기업이 중국 등으로 빠져 나간 데 따른 자구책이다. 이를 위해 2005년 25%에 달했던 법인세를 2007년 20%로 내린 데 이어 2008년 18%,올 4월부터는 17%로 인하했다.

또 신설 회사의 과세소득에 대해 최초 3년간 20만 싱가포르달러까지 감면해준다. 싱가포르에 있는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향후 몇 년 안에 법인세를 15%로 인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영섭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우리 정부도 22%인 법인세율을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다른 부가적인 감면 제도와 비과세 혜택을 감안할 경우 싱가포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석/박영태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