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오전 로켓을 발사함에 따라 금융위기 극복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북한 리스크'의 시험대에 올랐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되면서 경제 회생을 위해 갈 길 바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부정적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와 2002년 2차 북핵 위기, 2006년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 등 북한발(發) 초특급 악재를 겪으면서 내성이 생긴데다 이런 경험을 통해 북한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처럼 돼 버린 탓도 있다.

다만 이번 파문이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시기와 공교롭게 맞물린데다 향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따라 추가적인 상황 악화도 배제할 수 없다.

◇ 금융시장.투자.소비 영향 미미할듯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거나 충격이 있더라도 금세 회복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과거 사례에 근거한다.

외환위기의 고통이 극심하던 때인 1998년 8월의 북한 대포동 미사일 1호 발사사건 당시에는 주가가 오히려 5.4포인트 올라가고 환율은 14원이 뛰는데 그쳤다.

그나마 충격이 컸던 것은 2006년 10월 9일 북한 핵실험 때다.

당일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 급락한 1,319.4로 추락했고 환율도 1년10개월 만에 최대폭인 14.8원 급등했다.

하지만 보름 남짓 지나자 모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들이 핵실험 당일 순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리스크가 일시적, 제한적이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더욱이 로켓 발사는 수차례 예고된 만큼 시장에 패닉(심리적 공황)을 몰고 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로켓을 쐈다고 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단기간 출렁임이 있겠지만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며 외국 투자자들도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별 동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측면에서 투자나 소비에 미치는 심리적 악영향도 별로 없을 전망이다.

투자는 이미 경기 침체로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 국가신인도.외평채 발행, 부담 우려

국가 신인도에 미칠 영향은 단정하기 어렵다.

하필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데다 평가기관에 따라서는 북한 리스크에 민감해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낮춰 '부정적'으로 조정해 놓은 상황이고 무디스는 이미 지난달 방한해 평가작업을 마치고 돌아갔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적이 2003년 2월에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이유가 북핵 리스크였다.

당시 무디스는 2차 북핵 위기가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등으로 이어지자 신용등급 전망을 두 계단 내렸다.

물론 등급 전망이 떨어진다고 해서 신용등급 자체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충격이 컸던 2006년 핵실험 때도 신용등급은 유지됐다.

송태정 우리은행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이번에는 경제 체력이 좋지 않을 때여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지만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빌미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시기를 저울질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채권을 발행할 때 위험 정도에 따라붙는 가산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작년 10월 7%까지 치솟았던 외평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3%대 초반으로 하락하고 하나은행이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등 외화조달 여건이 나아지고 있는데 북한의 로켓 발사가 다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가 작년 9월 초 외평채 발행에 나섰다가 포기한 것은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그 배경에는 금융위기 징조가 가장 컸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북한 핵시설 복구 소식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반영됐다는 게 통설이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 비춰 외평채 발행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 향후 한반도 정세가 관건
하지만 로켓 발사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보다는 로켓 발사가 몰고 올 한반도 정세 변화, 즉 후폭풍의 여부에 따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이번 로켓 발사 역시 북한의 정치적 협상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북미 대화를 낳으면서 한반도에 평화무드를 조성했고 북한 핵실험이 지지부진했던 북핵 6자회담의 동력을 회복시킨 점은 이번 로켓도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약이 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대화가 아니라 제재 수위 강화와 대결구도로 이어지면 북한 리스크는 진짜 리스크로 다가올 우려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