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요정' 김연아는 음반 시장에서도 '히로인'이다. 김연아 클래식 앨범으로 불리는 '페어리 온 디 아이스(Fairy on the Ice)'가 3개월 만에 5만장의 판매량을 돌파했다. 이 음반을 그냥 '생상스-죽음의 무도''림스키 코르사코프-세헤라자데 2악장''요한 슈트라우스-박쥐 서곡'으로 판매했다면 잘 팔렸을까.

그는 참 예쁘다. 빙판을 가로지르는 자태는 우아하고 매혹적이다. 경기 중 트리플 러츠와 점프를 시도할 땐 전 국민의 가슴까지 두근거린다. 내 딸 같고 우리 동생 같아 기특하기만 하다.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운 뒤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그가 흘리는 눈물을 보며 대중도 함께 울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다. 등교할 때는 무슨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드는지,액세서리는 뭘 착용하는지….그가 걸친 제품들은 다음날 품절이 된다. TV를 켜면 그의 CF가 쏟아지고 신문을 펼쳐도 그의 광고들이다. 그래도 식상하지 않는다. 하루 평균 13만명이 그의 미니 홈피를 방문한다. 그가 올린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며 네티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역경의 스토리는 '히로인 김연아'의 몸값을 더욱 높여 줬다. 화려함 뒤에 눈물 어린 노력이 감춰져 있기 때문에 '김연아 효과'는 배가된다. 여러 번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영웅 스토리'가 사람들의 공감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영웅과 기업의 궁합이 잘 맞으면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가 생긴다. 특히 춤과 노래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피겨 스케이트의 특성은 기업의 활용폭을 더 넓혀 줬다.

김연아는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매일유업 우유,현대자동차 기업 PR,LG생활건강 라끄베르 화장품,아이비클럽,위스퍼 생리대,LG샤프란,롯데 아이시스 생수 등 8개 광고에 출연했다.

지난해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ESL 저지방 칼슘우유의 매출액은 5배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10%대에서 30%대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씽씽 예약 대축제' 기간의 에어컨 판매량은 매주 1.5배씩 증가했다. 라끄베르의 화장품 매출액도 두 배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김연아의 '영웅 효과'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회사 이노션의 김정환 브랜드마케팅팀 부장은 "경기 성적이 좋지 않거나 스캔들 등 돌발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스포츠 스타의 '영웅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