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소녀들만의 로망? 바비인형의 장수 코드는 '섹시,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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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러브마크'의 비밀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 케빈 로버츠는 "장수하는 브랜드에는 '사랑'의 비밀이 담겨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열렬히 사랑받는 브랜드를 '러브 마크'라고 이름 붙였다.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사치&사치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러브 마크야말로 제조업체나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최고의 감성적 유대'"라고 강조한다.
최고의 브랜드를 넘어선 위대한 브랜드,사람들이 미친 듯 사랑하고 맹렬히 지키려는 브랜드.러브 마크를 만드는 요소는 다섯 가지 감각(시각 · 청각 · 후각 · 촉각 · 미각)이다. 이른바 '5감의 법칙'이다.
복합적인 감성의 연관 작용으로 소비자의 뇌리에 '영혼의 오르가슴'을 주는 것이 러브 마크의 핵심이다.
탄생 50돌을 맞는 바비 인형은 가장 많은 국가에서 소비되는 러브 마크다. 바비와 그 친구들은 15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맥도날드의 '빅맥'이 상륙한 나라보다 더 많다. 미국 소녀들은 10개 이상씩 갖고 있다. '정숙하지 못한 옷' 때문에 사우디에서는 판매 금지되기도 했지만 바비의 브랜드 인지도는 미키 마우스보다 한 수 위다.
바비의 창조자인 루스 핸들러는 종이 인형을 갖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지어 내며 노는 딸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런데 딸이 갖고 노는 종이 인형은 한결같이 아기가 아니라 어른이었다. 아이들은 그 인형에다 미래의 자기 꿈을 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 아이들이 진짜 인형과 진짜 옷을 가지고 꿈을 펼치면서 역할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마분지 대신 입체 인형을 만들어 낸다면 멋지지 않을까. "
그의 창조적 도약은 혁명을 불러왔다. 여러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으며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가슴'까지 지닌 성인 패션 인형을 내놓은 것이다. 통신판매 회사들이 '너무 섹시하다'는 이유로 취급하길 거부할 정도로 바비의 관능성은 도드라졌다. 그가 차용한 이미지는 당시 독일 신문에 연재되던 야한 만화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바비 인형의 파생 상품들은 어깨끈 없는 브래지어와 거들까지 끝이 없다.
모든 아이들이 바비에 열광했고 엄마들이 뒤따랐다. '관능적인 여자 인형'의 브랜드 파워는 지구촌 전체로 퍼져 갔다. 소비자들은 바비뿐만 아니라 바비에 관한 이야기들을 앞다퉈 만들어 냈고,바비와 그리스 여신 아프로디테를 비교 분석하는 논문까지 줄을 이었다.
소녀와 여성의 이미지에 섹슈얼리티와 꿈이라는 스토리가 겹쳐지면서 바비의 분신은 매년 100개씩 만들어졌다. 남자친구 '켄'과 '미지' 등 다양한 친구와 가족도 등장했다. 2004년 2월에는 바비가 40여년간 사귄 남자친구 '켄'과 헤어지고 호주 태생의 '블레인'을 새로 맞이했다.
여성들의 화장 도구 '마스카라'도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러브 마크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소녀 '메이블'이 '체트'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 평범한 외모에 내세울 게 없었던 메이블은 체트의 관심을 끌고 싶었지만 늘 실패했다. 이때 메이블의 오빠인 '토머스 윌리엄스'가 동생의 속눈썹에 석탄 가루와 바셀린을 섞어 발라 진하고 풍성한 속눈썹을 만들어 줬다.
크고 또렷한 눈매를 갖게 된 메이블의 모습에 반한 체트는 곧 반응했고,이들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졌다. 이후 토머스는 동생의 이름 '메이블'과 바셀린의 '린'을 결합해 '메이블린'이라는 마스카라 회사를 차렸다. 이 이야기가 바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1.9초마다 하나씩 팔리는 마스카라 메이블린의 장수 비결이다. 고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과 여성성을 메이블에 투영시키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제품들은 저마다 '사랑스러운 사연'을 갖고 있다. 칠레 와인 '1865'는 고객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 덕분에 끊임없이 화제를 모은다. 몇 년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와인 동호회 카페에 올라온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고가의 와인을 소장하는 것이 취미인 어느 와인 애호가의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몇백만 원이 넘는 고급 와인 리스트를 보유한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와인셀러를 열었습니다.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왜냐고요? 값비싼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와인은 모두 제자리에 있고 사라진 건 고작 '1865' 한 병이었기 때문이죠.얼마 후 그 도둑은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로 덜미가 잡혀 경찰에 넘겨졌는데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은 이렇습니다. '정말 비싼 와인을 조심스럽게 판매합니다. 와인 라벨에 적힌 연도가 오래될수록 비싼 것은 다 아시죠? 이 와인은 무려 150년이 다 돼 갑니다. 이 와인을 정말 싸게 100만원에 내놓겠습니다. '"
웃지 못할 '1865와 도둑 이야기' 외에 일명 '골프 와인'으로도 유명한 이 와인은 수많은 버전을 낳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제조회사는 지난 2월 '1865'의 상위 등급인 '1865 리미티드 에디션'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선보이며 러브 마크에 보답하기도 했다.
그렇다. 스토리가 러브 마크를 만든다. 스토리는 상표에서 브랜드,브랜드에서 러브 마크로 진화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연인끼리 "넌 내거"를 연발하듯 이야기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저런 점이 나으니까'가 아니라 '그냥 너무 좋아서' 그 브랜드를 산다. 그야말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충성하게 되는 것이다.
고두현/김보라 기자 kdh@hankyung.com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사치&사치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러브 마크야말로 제조업체나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최고의 감성적 유대'"라고 강조한다.
최고의 브랜드를 넘어선 위대한 브랜드,사람들이 미친 듯 사랑하고 맹렬히 지키려는 브랜드.러브 마크를 만드는 요소는 다섯 가지 감각(시각 · 청각 · 후각 · 촉각 · 미각)이다. 이른바 '5감의 법칙'이다.
복합적인 감성의 연관 작용으로 소비자의 뇌리에 '영혼의 오르가슴'을 주는 것이 러브 마크의 핵심이다.
탄생 50돌을 맞는 바비 인형은 가장 많은 국가에서 소비되는 러브 마크다. 바비와 그 친구들은 15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맥도날드의 '빅맥'이 상륙한 나라보다 더 많다. 미국 소녀들은 10개 이상씩 갖고 있다. '정숙하지 못한 옷' 때문에 사우디에서는 판매 금지되기도 했지만 바비의 브랜드 인지도는 미키 마우스보다 한 수 위다.
바비의 창조자인 루스 핸들러는 종이 인형을 갖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지어 내며 노는 딸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런데 딸이 갖고 노는 종이 인형은 한결같이 아기가 아니라 어른이었다. 아이들은 그 인형에다 미래의 자기 꿈을 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 아이들이 진짜 인형과 진짜 옷을 가지고 꿈을 펼치면서 역할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마분지 대신 입체 인형을 만들어 낸다면 멋지지 않을까. "
그의 창조적 도약은 혁명을 불러왔다. 여러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으며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가슴'까지 지닌 성인 패션 인형을 내놓은 것이다. 통신판매 회사들이 '너무 섹시하다'는 이유로 취급하길 거부할 정도로 바비의 관능성은 도드라졌다. 그가 차용한 이미지는 당시 독일 신문에 연재되던 야한 만화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바비 인형의 파생 상품들은 어깨끈 없는 브래지어와 거들까지 끝이 없다.
모든 아이들이 바비에 열광했고 엄마들이 뒤따랐다. '관능적인 여자 인형'의 브랜드 파워는 지구촌 전체로 퍼져 갔다. 소비자들은 바비뿐만 아니라 바비에 관한 이야기들을 앞다퉈 만들어 냈고,바비와 그리스 여신 아프로디테를 비교 분석하는 논문까지 줄을 이었다.
소녀와 여성의 이미지에 섹슈얼리티와 꿈이라는 스토리가 겹쳐지면서 바비의 분신은 매년 100개씩 만들어졌다. 남자친구 '켄'과 '미지' 등 다양한 친구와 가족도 등장했다. 2004년 2월에는 바비가 40여년간 사귄 남자친구 '켄'과 헤어지고 호주 태생의 '블레인'을 새로 맞이했다.
여성들의 화장 도구 '마스카라'도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러브 마크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소녀 '메이블'이 '체트'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 평범한 외모에 내세울 게 없었던 메이블은 체트의 관심을 끌고 싶었지만 늘 실패했다. 이때 메이블의 오빠인 '토머스 윌리엄스'가 동생의 속눈썹에 석탄 가루와 바셀린을 섞어 발라 진하고 풍성한 속눈썹을 만들어 줬다.
크고 또렷한 눈매를 갖게 된 메이블의 모습에 반한 체트는 곧 반응했고,이들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졌다. 이후 토머스는 동생의 이름 '메이블'과 바셀린의 '린'을 결합해 '메이블린'이라는 마스카라 회사를 차렸다. 이 이야기가 바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1.9초마다 하나씩 팔리는 마스카라 메이블린의 장수 비결이다. 고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과 여성성을 메이블에 투영시키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제품들은 저마다 '사랑스러운 사연'을 갖고 있다. 칠레 와인 '1865'는 고객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 덕분에 끊임없이 화제를 모은다. 몇 년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와인 동호회 카페에 올라온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고가의 와인을 소장하는 것이 취미인 어느 와인 애호가의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몇백만 원이 넘는 고급 와인 리스트를 보유한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와인셀러를 열었습니다.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왜냐고요? 값비싼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와인은 모두 제자리에 있고 사라진 건 고작 '1865' 한 병이었기 때문이죠.얼마 후 그 도둑은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로 덜미가 잡혀 경찰에 넘겨졌는데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은 이렇습니다. '정말 비싼 와인을 조심스럽게 판매합니다. 와인 라벨에 적힌 연도가 오래될수록 비싼 것은 다 아시죠? 이 와인은 무려 150년이 다 돼 갑니다. 이 와인을 정말 싸게 100만원에 내놓겠습니다. '"
웃지 못할 '1865와 도둑 이야기' 외에 일명 '골프 와인'으로도 유명한 이 와인은 수많은 버전을 낳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제조회사는 지난 2월 '1865'의 상위 등급인 '1865 리미티드 에디션'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선보이며 러브 마크에 보답하기도 했다.
그렇다. 스토리가 러브 마크를 만든다. 스토리는 상표에서 브랜드,브랜드에서 러브 마크로 진화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연인끼리 "넌 내거"를 연발하듯 이야기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저런 점이 나으니까'가 아니라 '그냥 너무 좋아서' 그 브랜드를 산다. 그야말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충성하게 되는 것이다.
고두현/김보라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