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땡큐 스타벅스'는 미국 대기업에서 중역으로 있다가 쫓겨난 한 늙은 백인 남자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젊은 흑인 여성을 우연히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실화다. 저자는 명문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세계 굴지의 광고회사에 입사해 25년간 재직하며 임원까지 승진하는 등 최고의 엘리트로 살다가 53세에 졸지에 해고되고 이후 10년 동안 파산과 이혼 등 연속적인 삶의 실패를 맛본다. 어느 날 지친 몸으로 맨해튼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라떼 한잔을 들고 멍하게 앉아있던 그는 "혹시 여기서 일할 생각 없으세요?"라는 스타벅스 유니폼을 입은 젊은 흑인여성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예,일하고 싶습니다. " 이렇게 해서 한때 잘 나가던 백발의 노신사는 매장바닥과 화장실을 걸레질하는 시간제 근로자로 다시 태어난다. 이야기는 그가 새 일터에서 껍데기 과거를 버리고 어떻게 인생의 소중한 진리들을 깨달아 가는지를 감동적으로 펼치고 있다.

"예,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이 말.바로 우리나라의 60대들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자신은 아직 일할 수 있는데 직장에서 밀려난 지도 벌써 여러 해째,일자리를 찾아봐도 마땅한 데는 없고,나이는 어느덧 60이 넘었고,정말 일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답답한 그런 마음이 아닐까?

그런데 책에서처럼 미국에서는 가능한 일이 왜 한국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나이든 사람에게도 일자리를 권한다. 한국에서는 나이든 사람을 싫어한다. 미국에서는 노인도 일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자식 보기 창피하다면서 일자리를 가린다. 그렇다. 우리는 나이든 사람을 쓰려는 수요도 없지만 사람들 또한 체면부터 따지니 공급도 없다. 어느 한 쪽이 문제가 아니라 양 쪽이 다 문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토론의 의제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60대를 노인으로 치부하는 용어부터 바꿨으면 한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평균수명이 50세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60세 이상이면 노년층으로 불릴 만했으나 수명이 80세에 이르는 현재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 30~44세까지를 장년층으로 보고 45~59세를 중년층으로 본다면 노년층은 75세 이상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면 60~74세까지는 중년층 다음이므로 높을 고(高)자를 써서 '고참층' 혹은 '고참년층'이라 부르면 어떨까? 영어로도 'senior citizen'이라는 말이 있어 서로 뜻이 맞는다. 고참은 늙은 사람이 아니며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패기는 젊은이보다 덜할지 몰라도 노련미가 있어 일을 맡기면 안심이 된다. 그래서 일터에서 필요하다.

둘째 인생 2모작을 위한 고참들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옛날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로 배운다는 젊은 자세로 변해야 한다. 늙은이는 과거를 생각하고 젊은이는 미래를 생각한다. 위 책의 저자는 '과거는 짧게,미래는 길게'라고 매일 다짐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꾸준한 운동은 몸과 마음을 10년 이상 젊게 해준다. 인생 2모작을 체계적으로 준비시키는 '고참대학'도 필요하다.

셋째 고참들에게 맞는 일자리 조사 및 개발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가칭 '고참 일자리 5개년 계획'을 세워 현재 가능한 일자리는 어느 지역 어떤 직종에 몇 개가 있는지,가까운 장래에 어떤 일자리가 생길 수 있을지 면밀히 조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 제도적으로 어떤 개선을 이루면 기업들이 고참을 많이 고용할지도 연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조사연구 사업에 고참들을 고용하면 정말 열심히 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