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추출물이 알츠하이머병 개선에 효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종원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와 장정희 대구한의대 한의과대 교수는 밀 추출물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노인성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며 기억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신경세포 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식물요법연구(Phytotherapy Research) 온라인판(13일자)에 게재됐으며 관련 기술은 국내 특허(미국과 일본은 특허 출원 중)로 등록됐다.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에서 발병하는 치매는 발생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라는 단백질이 과량으로 뇌에 축적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활성산소종(신진대사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반응성이 높은 산소의 일종)의 독성에 의해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발생한다.

연구팀은 밀(소맥)을 끓인 물을 건조시켜 만든 분말을 신경세포에 투여하면 이 물질이 베타아밀로이드로 인한 활성산소종의 생성을 감소시켜 신경세포의 손상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밀 추출물의 기억력 손상 억제와 학습,기억능력을 측정하는 '물 미로실험'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주입으로 알츠하이머병을 갖게 된 쥐에 2주간 ㎏당 200㎎의 추출물을 먹인 결과 정상 쥐와 거의 같은 기억력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앞으로 인체시험을 통해 사람에 대한 효능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합성화합물인 아리셉트와 같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살아있는 신경세포에서 기억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반면 밀 추출물의 경우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와 치매 예방,치료에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국내 대규모 제빵회사와 기능성 빵,과자로 개발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2~3년 안에 관련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