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녹색 IT와 녹색 기술 분야에 오는 2013년까지 12조원을 집중투자해 53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녹색 산업 선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액션플랜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월드베스트 그린IT 제품 개발, IT를 통한 저탄소 업무환경 구축 등 9개 핵심 과제와 고효율 실리콘 태양전지,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27대 중점 녹색기술을 선정했다. 민 · 관 합동의 '그린 스탠더드 표준특허 지원반'을 구성해 제품의 설계단계에서부터 적용될 녹색표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국제표준을 선점(先占)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7조5000억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녹색 IT, 녹색 기술 육성을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이 분명하다.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에 속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국제경제의 패러다임이 탄소경제에서 녹색경제로 바뀌고 있는데다 오는 2013년부터는 우리도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천명(闡明)한 이후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온갖 이름의 녹색정책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IT 금융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온통 '녹색'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녹색 정책인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용을 뜯어보면 종전과 별로 다를 것도 없는데 포장만 바꿔 서둘러 내놨다는 인상이 드는 게 한둘이 아니다. 앞으로 정책이 시행돼 나가는 과정에서 별 것도 아닌 기술을 새로운 녹색 기술로 과대포장해 지원금을 챙기는 일이 빈발할 것이란 우려가 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따라서 '무늬만 녹색'을 철저히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일을 등한히 한 채 실적올리기에만 급급한다면 심각한 예산낭비 · 혈세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부는 빈틈없는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