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한국 '제2의 신화'써라] '에듀게임' 수조원대 황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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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게임 권하는 시대왔다
(5·끝) 역발상으로 시장 키워라
(5·끝) 역발상으로 시장 키워라
지난해 9월 수원 청명고 1학년 학생들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집이나 PC방에서 심심풀이 놀이로만 즐기던 온라인게임으로 영어공부를 한 것이다. 엔도어즈가 개발한 온라인게임 '군주'의 영어판 서비스에 접속해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된장 만들기 과정을 하나씩 배웠다. 보름간 진행된 이 실험의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게임이라는 재미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태도와 학업 성취도가 몰라보게 개선됐다. 이 학교 영어교사 이은경씨는 "일반 학생들의 경우 50분의 수업시간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데 온라인게임을 적용했더니 1시간30분간의 수업시간 내내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선학교의 교육도구로 등장
온라인게임 군주로 보름 동안 영어 수업을 받은 청명고 학생들의 영어 단어 성적은 평균 39점이나 올랐다. 보름간의 테스트가 끝난 뒤 치러진 중간고사 영어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교육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평균 점수(67.8점)가 그렇지 않은 학생의 평균 점수(62.4점) 보다 높았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게임이 갖고 있는 흡입력 때문에 학습 의욕이 낮은 학생들에게도 높은 학습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온라인게임이 강력한 학습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자 학습게임 한 달 만에 회원 30만명
이를 계기로 게임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 등의 분야에 게임 요소를 활용,게임시장도 키우고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뿌리 깊은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없애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게임의 재미 요소를 교육에 접목한 교육용 게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교육용 온라인게임은 30여종에 이른다. NHN이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한자마루'가 대표적이다. 초등학생의 한자 공부에 적합하도록 만든 이 게임은 게임 속에 나오는 괴물의 가슴에 한자를 새겨넣어 게이머가 괴물을 때릴 때마다 한자의 음과 훈을 듣게 돼 있다. 가령 괴물을 때려 '山'이 튀어나오면 '산,산,산,메 산'이라는 소리가 반복된다. 이 게임은 서비스 한 달 만에 가입자가 30만명을 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과학부는 한자마루를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CJ인터넷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사의 유명 영어교재인 '렛츠 고(Let's go)' 시리즈를 게임으로 만들어 내년 초 서비스할 계획이다. 유병채 문광부 게임산업과장은 "교육용 게임은 그동안 사회에 만연된 온라인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여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도 교육용 게임 같은 기능성게임 시장이 커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체험에서 환자 치료까지
게임이 공익적인 내용을 계몽하는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푸드포스'는 UN세계식량계획(WFP)이 전 세계 8~19세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해 만든 공익성 게임이다. WFP의 식량 원조 및 긴급 구호활동을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게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아의 참상을 간접 체험하게 되고 구호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 게임은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16개 언어로 만들어져 600만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게임 중독 차단하는 게임
게임의 유용성을 부각시키는 기능성게임들이 나오고 있지만 장시간 게임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게임 중독 등의 부작용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교육용 게임도 청소년들에게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피로도 시스템'같은 장치가 방안으로 제시된다. 피로도 시스템은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계속하면 게임 캐릭터가 지치도록 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장치다.
NHN은 한자마루 이용층이 주로 초등학생인 것을 감안,하루에 배울 수 있는 한자 수를 10자로 제한했으며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플레이 시간도 1시간30분이 넘어가면 더 이상 새로운 한자를 배울 수 없도록 했다. 김창우 NHN 기능성게임연구소장은 "교육 게임은 짧은 시간을 투자해도 유익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 확산이 중요하다"며 "자기통제가 어려운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겨냥한 교육 게임일수록 중독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