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주채권은행과 이달 말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맺어야 하는 대상에서 빠진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26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웅진그룹은 지난달 말 이뤄진 재무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주채권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제외됐다. 재무평가에서 합격하고도 밥캣 인수에 따른 재무불안요인으로 부분약정 체결이 검토됐던 두산도 구제됐다. 대한항공이 주력 계열사인 한진은 항공기 구매를 위한 외화대출금을 장기분할 상환하는 과정에서 환율 등락으로 재무구조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설득을 벌인 결과 약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조선과 함께 항공업종은 기업실적과 관계없이 환율 상승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만큼 약정체결을 유예해 달라고 건의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작년 같은 상황에서 항공사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며 예외처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약정체결이냐 자율협약이냐를 놓고 오락가락하던 웅진도 장기차입금 상환을 위한 자금확보에 성공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극동건설,웅진케미칼 인수에 따른 자금부담과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태양광 재료 산업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재무평가에서 부정적 점수를 받았지만 부채비율이 낮고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한 신규자금 확보가 탄력을 받으면서 채권단의 분위기를 바꿨다.

두산도 밥캣 인수과정에서 채권단과 체결한 재무약정을 완화,시장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약정체결대상에서 빠졌다. 올 들어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상황이 호전되고 알짜 사업 중 하나였던 주류 부문을 매각하는 등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점도 참작됐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