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마술' 끝났다 ‥ 일본 관광객 '썰물'
일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 시내 관광코스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던 일본 관광객들이 어느 틈엔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전환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여행수지도 4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돼 경상수지 관리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로 넘쳐났던 명동과 을지로,남대문시장 일대는 한산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명동 관광안내소의 김덕순씨는 "관광객 수가 1~3월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명동 세종호텔 관계자는 "이미 한 달 전에 예약한 사람들이 지금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상황인 데도 90%가량 차지하던 일본 관광객의 객실 점유율이 8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며 "최근 들어선 예약이 거의 끊기다시피 해 6~7월엔 정말 힘들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환율하락(원화가치 강세)이다. 일본 관광객이 넘쳐났던 지난 2월엔 100엔당 최고 1604원(매매기준율)까지 갔었다. 작년 초 850원 수준일 때와 비교하면 모든 게 반값으로 바뀌는 '마술' 같은 해외여행이 일본 사람들에게 가능했다. 일본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씀씀이도 덩달아 커졌다.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입국한 여행객 수는 72만4000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했다. 반면 해외 여행을 떠난 내국인 수는 70만2000여명으로 28.6%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 들어와 쓴 소비액(1인당)은 1244달러를 기록,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 · 엔 환율이 100엔당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명동의 50대 환전상은 "원 · 엔 환율이 떨어지면서 일본 관광객 수가 확 줄고 환전하는 금액도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절반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신종 플루도 심리적 영향을 미쳤겠지만 환율 요인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수지에도 즉각적인 변화가 왔다. 한국은행은 4월 여행수지가 2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3개월째 지속됐던 흑자행진을 마감했다고 28일 발표했다. 경상수지는 42억8000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그 규모가 전달보다 23억7000만달러 감소해 불안한 미래를 예고했다. 상품수지가 61억7000만달러 흑자로 전달(69억8000만달러)과 비슷한 실적을 보인 반면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 흑자감소의 주요인이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 반전에다 운수수지 흑자 폭이 축소된 영향으로 적자 폭이 전달 6억5000만달러에서 11억1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소득수지는 대외배당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적자 규모가 전달 2억2000만달러보다 4배가량 증가한 8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달에도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복 국제수지팀장은 "5월에는 수출입부문에도 환율 하락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출 감소 폭이 4월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유승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