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바이 차이나(buy China · 자국 제품 우선 구매)'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관계 개선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대만 기업 제품 구매도 확대,한국 IT (정보기술)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

28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지난 1분기 중국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 점유율이 1년 전(16.7%)보다 10%포인트 줄어든 6.7%에 그쳤다.

반면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5.6%에서 77.5%로 치솟았다. 현지 1위 기업인 하이센스의 LCD TV 판매량은 이 기간 26만2900대에서 94만2000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2위 업체인 스카이워스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30만대에서 90만대로 3배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정부가 가전하향(家電下鄕 · 구매보조금을 통한 소비촉진 정책)을 통해 내수 확대를 추진하면서 일정 가격대 이하를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제시,중 · 저가 위주의 자국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는 LCD도 중국 내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6.2%에 달했으나 올 1분기에는 29.7%로 뚝 떨어진 반면 대만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35.6%에서 56.5%로 급증했다. 하이센스를 비롯한 중국 8대 TV 메이커들이 한국산 패널 대신 CMO 등 대만 기업 제품을 쓰고 있어서다. CMO가 지난 1분기 중국 TV 메이커에 공급한 LCD 패널은 228만대로 1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 상무부는 이달 말부터 9월까지 7~9 차례에 걸쳐 대만에 LCD 패널,컴퓨터 등을 구매하기 위한 사절단을 보낼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구매 확대 정책을 노골적으로 펴고 있다.

'바이 차이나'와 중 · 대만 밀월이라는 복병 속에서도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샤프는 지난해 1분기 16만7000대였던 LCD TV 판매량을 올해 1분기 30만대로 늘리며 1위 외국 기업으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2012년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제품 시장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라며 "중국 시장 판매 부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