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동부에서 서부로,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는 물론 소비 증가세도 내륙이 연안지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개혁 · 개방 정책의 수혜가 연안 지역에 집중된 것과는 달리 최근 경기부양책의 수혜가 내륙 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기업들이 몰려있던 연안지역이 이번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내륙으로 이동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도 내륙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 '서고동저(西高東低)'식의 새 경제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7일 보고서를 통해 "낙후된 내륙지역의 경제 성장세가 강하다"며 "향후 중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서부로 이동하면서 기업들로선 이 같은 경제지형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과제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실제 올 1분기 서부지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6.7%로 전국 평균치(18%)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부와 동부는 각각 15.5%와 12.1% 증가에 그쳤다. 경기부양을 위한 도로 철도 등 인프라 확충이 내륙에 집중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농촌의 소비 증가 속도도 올 들어 처음 도시를 앞질렀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전국 도시 소매매출이 6329억위안(약 113조9220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13.9% 증가했으나 현급 이하 농촌의 소매 매출은 3013억위안(54조2340억원)으로 16.7%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농촌의 소매매출 증가율은 올 들어 4개월 누적 기준으로 도시를 앞지르게 됐다. 중국 정부가 2001년 3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농촌 소비의 빠른 증가세는 '3농(농업,농촌,농민) 정책'에 힘입어 농민소득이 늘고 있는 데다 의료 교육보험 등이 차츰 개선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 덕분이다. 농촌에서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주는 가전하향과 자동차하향 정책도 소비 증가에 기여했다. 광시장족자치구 류저우시의 4월 자동차 판매가 10만8000대로 전국 1위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상하이GM우링이 이 지역에서 8만5689만대를 팔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로이터통신은 GM 미국 본사는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했지만 중국 사업은 잘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별 경제 성장률도 서고동저가 뚜렷한 모습이다. 연안지역을 대표하는 상하이,저장성,광둥성의 1분기 성장률은 전국 평균인 6.1%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는 3.1% 성장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4%포인트나 둔화됐다. 저장성과 광둥성도 각각 3.4%,5.8% 성장에 머물렀다. 반면 구이저우(15.9%) 네이멍구(15.8%) 후난성(13.1%) 광시(12.9%) 안후이성(11.6%) 등 내륙지역에선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곳이 즐비했다.

중국의 경제지형도 변화에 따라 둥펑자동차 등 내륙에 거점을 둔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월지는 전했다. 특히 대도시에 주로 출점한 까르푸와 달리 지방도시를 파고들고 있는 월마트의 수혜가 예상된다. 동부에 있는 기업들의 서부 이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수출에서 내수로 방향을 돌린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중국 정부에 지역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전략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