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의 LCD(액정표시장치) TV 판매 물량경쟁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요시오카 히로시 소니 부사장은 "원저(低)의 환율 환경에서 경쟁 상대인 한국 기업과 TV 판매대수 경합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요시오카 부사장은 이어 "프리미엄 상품으로 신흥국과 선진국에서 모두 시장 점유율과 이익의 균형을 잡겠다"고 밝혀 물량 경쟁보다는 수익성에 경영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세계 TV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여온 삼성전자나 LG전자와 양적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 1분기 글로벌 TV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5%로 1위를 차지했고,소니는 13.1%로 LG전자(13.3%)에도 밀려 3위로 떨어졌다. 요시오카 부사장은 지난 4월 이후 TV와 비디오 등 제품 전반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국내 업계는 소니의 물량 경쟁 포기로 세계 시장 지위가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상반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가격 인하 공세를 폈지만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가 안정되면 소니가 다시 가격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이 사라진 만큼 국내 업체들이 한층 안정적인 환경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