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나 식사요법을 통하지 않고 체중감소 효과를 얻으려는 사람들은 약에 큰 기대를 걸게 마련이다. 하지만 비만치료제는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보조제 역할에 그치며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적절히 복용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체중을 감량하는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에너지 섭취량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으면 된다. 섭취량을 줄이는 게 식사요법이고 소비량을 늘리는 게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치료에 약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참기 힘든 식탐을 억제하거나 기름기 많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흡수 열량을 줄이는데 약이 효과적이다. 비만인의 체질과 생활방식을 고려해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게 약물치료의 관건이다. 한 가지 약제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두세가지 이상의 약제를 복합 처방할 필요가 있다. 각 약제의 특성을 김하진 365mc비만클리닉 수석원장(사진 오른쪽)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교감신경계 촉진해 식욕감소 유발 약물

교감신경계 물질의 분비를 자극하면 식욕이 감소하고 에너지 소비가 증가된다. 이런 작용을 하는 약물은 강력한 식욕억제 효과를 내지만 수개월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복용 초기에 비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갈증 변비 설사 불안감 불면증 심계항진 등의 불편한 증상이 부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펜디메트라진(1일 2~3회 복용),마진돌(1일 3회 복용),펜터민(1일 1회 복용) 성분의 약이 있다. 이 중 펜터민 성분은 상대적으로 내성이 적은 편이다.


◆노에피네프린 · 세로토닌 고갈을 막는 약물

교감신경계 물질의 농도를 높게 유지하려면 펜터민처럼 관련 물질의 분비를 직접적으로 촉진할 수도 있지만 기존 교감신경물질의 고갈을 막는 방법도 있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에피네프린이 뇌내 수용체에서 재흡수(고갈)되는 것을 막으면 식욕이 억제될 뿐만 아니라 기초대사량(체내 열생산)이 증가함으로써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애보트의 '리덕틸(시부트라민)'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인정을 받았으며 각종 임상시험에서 체중감소 효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성적표가 나왔다. 하루 한번,주로 아침에 복용한다. 간혹 변비 불안감 불면증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세로토닌의 고갈을 막는 항우울제

한국릴리의 '푸로작(플루옥세틴)'이 원조격으로 같은 작용을 하는 파록세틴 서트랄린 성분의 약도 함께 쓰인다. 본래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이다. 신경성 식욕과잉에 의한 비만에 효과적이며 금연 후 체중 증가에도 잘 듣는 편이다. 보통 하루 한번,아침에 복용한다. 부작용으로 불면 피로감 변비 입마름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는 일시적이다.


◆지방흡수저해제

한국로슈의 '제니칼(오를리스타트)'은 지방분해효소를 억제해 장내에서 지방이 흡수되지 않도록 해주는 약이다. 열량이 흡수되는 것 자체를 막는 만큼 다른 약제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외국에선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전체 섭취열량 중 육류 등 지방 섭취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한국인에게는 효과가 덜 할 수 있다. 지방의 일부가 섭취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므로 지방변이나 배에 가스가 차는 듯한 거북한 느낌이 나타난다. 장기간 복용하려면 지용성 비타민(A,D,E,K)을 추가로 보충해줄 필요가 있다. 식사와 함께 또는 식후 1시간 이내에 복용한다.


◆녹차추출물 등 생약제재

녹차 추출물 성분의 구주제약 '엑소리제'는 위와 췌장의 지방분해효소를 억제해 지방을 통한 열량 섭취를 막는다. 지방세포 내에서 열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지방의 분해를 유도한다. 이와 유사한 녹차추출물 성분의 약품이 여러 개 출시됐다. 이들 약품은 대개 다른 생약성분이나 이뇨작용이 있는 올소시폰과 복합제를 이룬다. 다른 약제들에 비해 부작용이 드문 편이나 효과 또한 약해 주로 보조약제로 이용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