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상반기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28조4000억원의 슈퍼추경까지 편성했지만 정작 돈은 필요한 곳에 가지 않고 엉뚱한 데서 줄줄 새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수익성이나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사업을 남발하는 바람에 경기를 부양시키기는커녕 재산권 행사를 제약당했다는 민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선심행정 시비를 빚는 사업도 늘어 지자체장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주먹구구식 사업 남발에 주민들만 골병

경기도는 재정집행대책상황실을 설치해 놓고 31개 산하 시 · 군별 예산 집행 내역을 일 단위로 체크 중이다. 이달 말까지 집행할 목표액을 21조9686억원(올 한해 예산 34조4634억원의 63.6% 규모)으로 잡아놓고 매일 시 · 군에 독촉전화를 돌리고 있는 것.'조기집행 100% 달성상'까지 만들어 목표 달성 시 · 군에 총 18억원의 포상금까지 지원한다. 그럼에도 평택시 고덕국제화도시 사업은 예산 집행 실적이 0%다. 2005년 당시 미군기지를 수용키로한 평택지역에 정부가 투자를 약속한 사업이지만 주도면밀한 검토가 없었던 탓에 분양에 차질이 빚어지고 혁신도시 등에 우선 순위가 밀려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고덕국제화계획지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차라리 개발계획을 백지화해달라며 아우성이다.

경기도 일대에 잇따라 추진되던 테마파크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고양시에 들어서기로 한 한류월드는 지난해 5월 착공식을 가졌으나 자금난 등으로 현재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고, 포천 에코-디자인 시티 조성사업도 영국계 투자사가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전에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10개 지자체가 뛰어들었으며 동남권 신공항,서울대 국제캠퍼스와 국립자연사박물관 등 대형 프로젝트 유치전도 뜨겁다. 하지만 면밀한 사업성 검토보다는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심사다.

◆선심행정 흔적 곳곳에

경남 창녕군은 올 예산안에 '모범 이장 국외 선진지 견학'이란 명목으로 3000만원을 확보,30명을 선발해 하반기에 중국 여행을 보내줄 예정이다. 함안군도 '이장단 선진행정 다짐대회'를 오는 7~8월께 개최키로 하고 15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충남 예산군 의원들은 신활력 사업을 비롯해 JC특우회 등 5개 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은 명백한 선심성이라고 성토했다. 충북 영동군의 군내 307개 경로당 냉방기 설치를 놓고 선심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한해 평균 20여개의 경로당을 신축하고 있는 천안시는 '경로당 남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전=백창현/부산= 김태현/인천=김인완/수원=김병일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