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분당점 1층 피혁 · 잡화 코너.에스컬레이터 하행선과 후문의 동선이 겹치는 '명당' 자리에 생뚱맞게도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을 파는 '네스프레소' 매장이 MCM,마이클코어스,메트로시티 등 유명 가방 브랜드들과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1일 148㎡(45평) 규모로 들어선 이 매장은 입점 첫달 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려 분당점 입점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고정 관념을 깬 'MD(상품구성) 실험'으로 성공을 거둬 백화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개 화장품이나 액세서리,핸드백 등 잡화,명품 부티크들로 채워지는 백화점 1층에 커피머신 매장을 배치해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네스프레소'는 스위스 네슬레가 내놓은 캡슐형 에스프레소 머신으로,한 잔 분량의 원두를 담은 1회용 캡슐을 넣어 손쉽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커피 원두를 손질하거나 기계를 세척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게 장점이다. 가격은 30만~40만원대이고 캡슐은 개당 700~800원 선이다. 2007년 10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8층에 국내 첫 매장을 선보였고 롯데 잠실점(8층)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7층)에도 매장이 있다.

롯데 분당점은 인근에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이 많은 상권 특성과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을 1층에 전격 배치했다. '리스크가 크다'는 내부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타깃층이 20~30대 여성으로 1층 이용고객과 일치하고 매장을 체험형 카페식으로 운영하면 집객효과도 높다는 점에서 '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달 하루 평균 67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종전 매출 1~3위였던 설화수,에스티로더,오휘 등 화장품 브랜드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제쳤다. 최용제 롯데백화점 전자부문 CMD(선임 상품기획자)는 "화장품이나 명품잡화,의류가 아닌 브랜드가 백화점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상품 자체가 뛰어나고 최신 트렌드와 부합한 점도 있지만 1층 명당자리에 배치한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