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21일 KDI의 공식 보고서를 통해 필요성이 제기된 후 출구전략의 시급성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책당국에서는 출구전략은 어떻게(how)할 것인지 준비는 하되 언제(when)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출구전략이란 지난해 9월 리먼사태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 · 과감하게 추진해온 비상정책기조를 재점검한다는 의미가 있다. 보다 좁게는 과도하게 풀린 시중유동성을 흡수한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논의는 출구전략이 함축하고 있는 거시정책의'방향성'보다는'유동성 환수여부'와 그'시기'에 지나친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

거시정책은 방향성(direction)과 적시성(timeliness)이 핵심이다. 경제주체들간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있을 때,경제와 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적시성 있는 정책집행이 가능해 진다. 출구전략 논의는 좁은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나 향후 거시정책의 방향에 대한 논의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무엇보다 지속적인 경기회복이 중요하다. 잘 알다시피 2 · 4분기의 전분기 대비 2.3% 깜짝 성장,6월 취업자수 플러스 전환,종합주가지수 1500선 돌파 등 최근 우리경제의 회복조짐은 재정투입,자동차 세제혜택 등 정부의 위기대책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아직까지 하반기 이후 회복세가 지속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정책요인의 종료,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속도,민간소비와 투자의 한계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이 상황에서 성급한 출구전략 시행보다는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통해 우리경제가 잠재성장 경로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둘째,경기회복 과정에서 야기되는 불균형 해소에 보다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풍부한 유동성은 조그마한 불씨가 있어도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옮겨가 자산 버블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반면,경기회복이 상당히 진행되더라도 서민층은 좀처럼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한다. 이런 불균형을 조기에 해소해 다시 경제위기에 봉착하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과잉 열기는 식히되,윗목의 냉기는 따뜻한 관심으로 덥혀나가는 미시적 조정(fine-tuning)전략이 필요한 때다. '과잉부문'에 대해서는 규제강화,제도개혁 등 근원적인 치유를 지속하는 한편,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서민들 삶의 질 향상,영유아 보육 시설의 확충,사교육비 절감대책 추진 등 뒤처지는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셋째,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해나가야 한다. OECD는 이번 경제위기에 따라 회원국들의 잠재성장률이 2009~2010년 중 0.6~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경제도 성장잠재력 하락추세를 반전시켜야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신속한 구조조정과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투자증대,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서비스산업 활성화,중소기업과 저탄소 녹색산업 육성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 확충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끝으로,때 이른 출구전략 논의가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장감을 느슨하게 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바로 10년 전 외환위기 극복 당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가 체질개선의 호기를 놓쳤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높이 날아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최근의 출구전략 논의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영록 <한국금융硏초빙연구위원 / 전 재정경제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