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해명하려다가 의혹만 더 키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

13일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만난 통신정책 담당자는 하소연부터 쏟아냈다. 수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사실 파악도 제대로 못한다는 여론의 질타가 끊이지 않던 터였다.

발단은 지난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30개 회원국의 휴대폰 요금을 비교한 보고서(2009 커뮤니케이션스 아웃룩)였다. 이날 오후 5시45분께 OECD가 홈페이지에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개하자 방통위는 즉각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방통위 설명자료와 OECD 보고서 내용이 서로 달라 혼선이 빚어졌다. OECD가 음성통화 건수(call)를 통화시간(minute)으로 잘못 표기한 탓이었다. OECD가 하루만에 오기를 바로잡았지만 그 사이에 방통위는 무능한 부처라는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방통위가 표준요금제가 아닌데도 KT의 할인요금상품을 OECD에 자료로 제출해 의도적으로 요금 수준을 낮추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것도 OECD의 조사 착오 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OECD의 엉터리 보고서 때문에 방통위만 뭇매를 맞은 꼴이 됐다.

그렇다고 방통위가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불만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한국의 휴대폰 요금은 OECD 국가 중에서 여전히 비싼 축이기 때문이다. 소량 사용자(월 음성통화 44분) 기준으로 한국이 여섯번째로 비싸다. 통신업체의 매출액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5%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다.

방통위는 소량 사용자를 위한 선불요금제를 활성화하고 MVNO(가상이동망사업)제도 도입으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3사 독과점 체제인 시장구조에서 자칫 공염불이 될 수도 있는 정책들이다. 방통위가 고민하는 이유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에도 있는 '요금 변경 명령제'가 규제완화 바람 속에 5년 전 폐지된 탓에 정부의 직접적인 요금 규제수단이 없어졌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휴대폰 기본료를 1000원만 낮춰도 연간 5400억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수익에 민감한 통신사들의 의지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아쉬워했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