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지난 5월 국방부에 내줬던 서울 을지로의 옛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부지(현 미국 극동공병단 부지)를 3개월 만에 되찾았다. 미군이 반환 예정인 이 땅은 청계천과 인접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데다 4만3000여㎡(약 1만3000평)의 큰 땅이어서 시가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시 땅을 빼앗긴 국방부가 소송을 포기하거나,법정 다툼에서 질 경우 주한미군기지용으로 토지를 징발당했던 다른 국가기관들도 국방부를 상대로 땅 되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불법 징발…국방부 땅 인정 안 돼"

서울중앙지방법원 중부등기소는 지난 14일 서울대가 서울 중구 방산동 을지로5 · 6가의 33필지 토지에 대해 신청한 경정등기(更正登記:등기의 일부에 착오가 있을 때 이를 바로잡는 등기)를 받아들여 이 토지의 관리청을 국방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 변경했다. 소유권이 바뀐 것이다. 등기소 관계자는 "'국방부가 애초에 토지 징발을 적법하게 하지 않아 관리청이 될 수 없다'는 서울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유재산인 이 땅은 6 · 25 전쟁 중인 1951년 6월1일 징발된 이후 주한미군이 사용해왔으나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 계획에 따라 2012년께 반환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법률'(일명 SOFA 처분법)에 따른 법제처 유권해석을 근거로 재산권을 주장하며 지난 5월28일 중부등기소로부터 관리청을 기존 교과부에서 국방부로 바꾸는 경정등기를 받았다. 법제처는 1967년 3월3일 이전에 징발돼 주한미군이 사용해온 토지의 반환 후 재산권은 국방부 장관에게 환원된다고 해석했다.

서울대는 이에 반발,곧바로 경정등기를 신청해 3개월 만에 재산권을 되찾았다. 서울대 측 법무법인인 광장의 권광중 변호사는 "적법하게 징발됐다는 근거문서 등 증거가 아무 것도 없어 관련 법률이 적용될 수 없다"며 "또 SOFA 처분법에서는 국방부가 등기를 이전받으려면 원래 관리청과 협의토록 하고 있는데 국방부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인근 혜화동 연건캠퍼스와 연계해 이 땅에 인간생명과학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미군 이전 재원 4조원 구멍날 수도

서울대가 이 땅의 소유권을 최종적으로 확보하면 유사한 처지의 다른 국가기관들도 줄지어 주한미군기지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교과부) 외에도 국토해양부 등 6개 부처가 과거 미군에 공여되기 이전에 관리해온 지역이라는 이유로 총 44만여㎡에 대해 재산권 행사를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부산 하야리아,기획재정부는 파주 에드워드, 농림식품수산부는 파주 자이언트, 법무부는 의정부 스탠리, 산림청은 인천 캠프마켓 등 미군기지에 대한 소유권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토지의 시가는 총 30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국방부가 이들 기지를 비롯한 반환기지를 대부분 매각해도 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따르는 우리 측 부담액 약 9조원 가운데 2조6000억원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토지의 소유권까지 상실할 경우 재원 조달에서 최대 4조원가량의 차량이 빚어지는 셈이다.

다만 서울대가 소유권을 최종적으로 확보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법적 소송에 들어갈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태철/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