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LG CJ 한화 두산 등 지주회사에 대한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세가 이어지자 지주회사를 사서 자회사들의 실적개선 효과를 한꺼번에 챙기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세를 보여 지주회사가 보유 중인 자산 가치가 한 단계 뛸 것이란 기대도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6일부터 전날까지 16일 연속 LG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26.30%에서 27.03%로 뛰었다. 이날은 UBS증권 창구 등으로 매수 주문이 이어진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 창구를 통해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순매수 금액이 6억원(정규장 기준)을 기록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자회사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게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홍콩 등 해외 현지에서 투자자들을 만나 보면 최근 2~3년간 기업 이미지가 가장 크게 개선된 그룹으로 LG를 꼽는다"며 "2000년대 초만 해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2% 수준이었지만 최근 12%까지 높아진 점 등을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LG를 글로벌 IT(정보기술)업계의 리더로 꼽는다"고 말했다.

LG는 이달 25일 52주 신고가(8만200원)를 찍었고,전날 조정에 이어 이날은 1.99% 뛴 7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7년 11월 9만원을 넘길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지주회사의 주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순자산가치로 따질 때 주당 순자산가치는 12만원이 넘지만 이날 종가는 이보다 36%가량 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CJ를 9일째 순매수했고,한화와 두산도 각각 7일과 6일 연속 사들였다. 한화는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과 함께 대한생명 지분 67%를 갖고 있어 외국인의 매수 타깃이 되고 있다.

김장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은 운용자산 규모가 39조원에 달해 새로 발행하는 국고채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익이 수천억원씩 불어난다"며 "여기에 동양생명 상장을 앞두고 생명보험사의 기업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두산은 2007년 1월 이후 주당 순자산가치에 비해 평균 44.3% 싼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지금은 53% 정도 싸다"며 "앞으로 미국 등의 경기 회복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어느 때보다 저평가된 두산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강조했다.

SK도 이날 종가가 10만7000원으로 주당 순자산가치(21만1465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박준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SK 주가는 주당 순자산가치에 비해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주회사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와 관련해 삼성물산도 주목할 종목으로 꼽고 있다. 비상장사인 삼성생명을 빼고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을 가장 많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나흘 만에 반등해 4.13% 급등한 5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