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트랙터 운전사가 꿈이었다. 여자라서 안 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군대에 들어갔다. 계급이 높아져 트랙터를 몰 수 있게 됐다. 이어 화물차, 미니버스 운전사로 '승진'했다. 1990년대 창업바람이 불었다. 자동차 운전을 한 덕에 비교적 잘 아는 차량용 알루미늄휠을 만들기로 했다. 오토바이용부터 시작해 중국 1등이 됐고, 10년이 채 못 돼 세계 최고 업체로 키웠다. 그녀가 바로 완펑(萬豊)그룹의 천아이리엔(陳愛蓮) 회장(51)이다. 중국의 신흥부자인 '절강상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최근 다녀온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는 '절강상인'의 도시다. 천 회장 같은 기업인이 수두룩하다. 중국 500대 기업 중 81개가 이 도시에 몰려 있을 정도다. 또 다른 대표격인 마윈 회장이 세운 알리바바닷컴의 경우는 오는 10일 신사옥 개관을 앞두고 대형 이벤트를 준비 중이었다. 본관 앞 전시 간판은 베일로 가려져 있고 개관에 즈음해서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불러모을 예정이다.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여유가 묻어나왔다.

'절강상인'이 만든 기업을 탐방하면서 또 각각의 창업 스토리를 공부하면서 이 사람들이야말로 블루오션의 개척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제까지 없던 시장을 찾아내고, 상상 못할 수요를 창조하며,존재하지 않던 고객들을 만들어낸 과정이 그랬다.

알루미늄합금 공장에서 일하던 천 회장이 창업을 결심하는 대목을 보자."나는 기회를 찾기 위해 차를 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매일같이 생각했다. 최선의 선택은 기존 산업에서 파생된 분야를 택하는 것이었다. 알루미늄합금의 파생분야라면? 내가 매일 운전하고 다니는 바로 이 차! 차량용 알루미늄휠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핵심산업으로 정해 장기적으로 가정보급까지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녀가 찾아낸 것이 바로 이 거대한 수요였다. 기존 110여개사와의 경쟁, 차량용 알루미늄휠 진출, 자체 개발 및 인수합병(M&A) 과정 등에서 그녀는 "일찍이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을 만들어 그 시장을 이끌어야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고 남과 다른 방식으로 승리하는 천부적인 사업가 기질을 보였다.

블루오션 전략의 본질은 거대한 새 수요를 찾아내고 그 수요를 장악하기 위해 '아주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이동하는 것(smart strategic move)'이다. 그런 점에서 '절강상인'들은 경제체제가 바뀌는 와중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선점한 개척자들이다. 신흥 기업가들이 쏟아져 나온 결정적 계기는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였다. 그가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의 확립 필요성을 설파한 이후 중국에는 '샤하이(下海 · 바다로 뛰어들다)' 바람이 불었다. '샤하이'는 공직 혹은 공기업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절강상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돈을 벌어야겠다' '사업을 해야겠다' 하는 절박한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우리도 블루오션 개척자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천 회장이 좋아한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한다. 세계 일등 기업을 일궈낸 호연지기가 묘한 두려움과 함께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일람중산소,재람중산무(一覽衆山小 再覽衆山無 · 한번 보니 산들이 작게 보이고, 또 한 번 보니 산들이 아예 보이지 않더라)'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