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최근 한 달간 움직임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지난달 4일 3471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오르던 상하이종합지수는 한 달 만인 지난달 말 2600대로 20% 이상 급락했다. 지난 3일엔 하루 4% 넘게 다시 오르며 2800선을 회복하는 등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중국 증시가 이처럼 큰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최근 중국 경제에 나타난 두 가지 흐름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하나는 신규 대출이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제조업이 6개월째 확장국면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그러니까 제조업은 활황국면이고 유동성 공급량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제조업이 활황이라는 것은 주가의 상승원인이 되지만,유동성 공급이 준다는 것은 악재임에 틀림없다. 중국증시가 방향성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의 8월 제조업구매관리지수(PMI)는 54.0으로 6개월 연속 50을 초과했다. 16개월 만의 최고치이기도 하다. PMI가 50을 넘어갈 경우 경기확장 국면으로 해석된다. 맥쿼리증권의 폴 캐비 연구원은 "내수부양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상장기업의 순익보고서 집계 결과 상장기업의 2분기 순이익이 1분기에 비해 3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75개업체는 흑자로 전환됐다.

시장의 낙관론이 발목을 잡힌 것은 유동성 공급 축소라는 새로운 변수 때문이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지난달 신규 대출 규모가 2700억~3000억위안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 6월 1조5200억위안에 비해 5분의 1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상반기에만 7조3600억위안을 신규 대출로 풀었으나 지난 7월 3599억위안으로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사실상 긴축이 시작됐다"(광다증권 천밍웨이연구원)는 시각도 있다.

중국정부가 대출을 크게 줄이고 있는 것은 '약물(유동성) 과다 복용'의 후유증을 우려해서다. 상반기 신규 대출금 중 상당 규모가 증시로 흘러들면서 버블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8월 초 3400선을 돌파하며 연초에 비해 100% 이상 급등했을 때 PER(주가수익비율)가 30배를 웃돌며 세계 증시 평균치의 두 배를 기록했다. 버블붕괴 시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중국정부는 유동성 공급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주가는 폭락세를 거듭했지만 아직 멀었다는 의견도 있다. 전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앤디 시에는 "중국증시는 현 주가 수준보다 25% 이상 더 하락할 것이며 2000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다. 특히 경기회복이 일방적으로 국가재정과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정부가 지출한 돈으로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고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소비 증가도 정부가 돈을 쥐어주며 사라고 하는 형국이다.

민간자본의 투자는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올 들어 매월 -20%를 넘나들며 회복기미가 없는 상태다. 전반적인 소비증가가 아니라 특정제품에 대한 소비증가만이 두드러지면서 소비가 늘면서 고용과 생산이 증가하는 선순환구조는 여전히 만들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경기확장국면이 과연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공급과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시멘트 철강 판유리 등에 대해 신규 투자를 불허하기로 했다. 경기회복의 동력을 투자에서만 찾은 결과다.

물론 경기회복 자체에는 낙관적 전망이 많다.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했던 8%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3분기 연속 하락하며 지난 1분기 6.1%까지 추락했던 경제성장률을 2분기에 7.9%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금 추세라면 3분기엔 8.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8.3%에서 최근 9.4%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자산시장 버블과 공급과잉이라는 복병을 만난 이상 경기회복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중국경제가 처한 현실이다. 증시로서는 유동성 공급이라는 가장 큰 상승동력에 타격을 입은 셈이다.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경기회복의 속도를 조절하는 묘수를 기대해 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