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에 힘입어 랠리를 펼치고 있다. 세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데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간판주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달 21일 예정된 FTSE(파이낸셜 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선진지수 편입과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 등이 외국인들의 추가 매수를 자극하고 있다.

◆블루칩 외국인 지분율 급증

외국인 투자자들은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864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열흘째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주 들어서만 2조원 넘게 사들이면서 올해 누적 순매수 금액은 모두 25조249억원으로 불어났다. 금융위기가 정점이던 지난 한 해 동안 순매도(33조원)의 70% 이상을 되사들인 셈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지난 7월부터 3개월 사이에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3조원 넘게 순매수하는 등 하반기 들어 매수 강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계 자금과 오일머니가 이 같은 '바이코리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국적자금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는 2조2469억원으로 전체의 18.6%를 차지했다. 미국계 자금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자금 역시 7월 5259억원, 8월 9633억원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7월 이후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예상 밖의 호조를 나타내면서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되찾은 롱펀드들이 본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이 주요 타깃으로 삼는 대형 '블루칩'들의 몸값은 연일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81만원에 오른 것을 비롯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주들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말 12.4%에 불과했던 외국인 지분율이 전날 기준 22.8%로 무려 10.4%포인트나 상승했다. LG 역시 올들어 외국인 보유지분이 20.4%에서 27.9%로 늘어났고 현대차와 포스코는 26.5%와 42.7%였던 외국인 비중이 각각 32.8%와 48.3%로 높아졌다.

◆외국인 주도 랠리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가 지속되면서 증시가 상승탄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변종만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연중 저점을 찍은 이후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4년간 급격히 줄여놓은 한국 비중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의 매수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회복속도 둔화에 따른 우려로 잠시 주춤했던 증시가 다시 상승행진을 재개한 만큼 1750선까지는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4분기부터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기업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추가 상승이 어려울 수 있다"며 "외국인 매수주에 집중하되 추격매수는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펀드환매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자금이 빠지고 있다. 8월에는 2조2000억원가량 순유출됐고 이달 들어서도 15일까지 1조원 넘게 환매됐다. 지수가 1650선에 오른 지난 11일부터 3일 만에 순유출액이 7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지수상승과 함께 환매규모도 커졌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2007년 하반기 1700선 근처에서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원금회복이 가까워지면서 환매를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펀드자금 유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연/박해영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