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자동차 기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습니다. 총 11개의 대형 전시관이 있는데, 모두 조금씩 떨어져 있는 탓에 이틀간의 프레스데이 때 다 보려면 발이 부르트기 일쑤이죠.

전시장 간 셔틀차량이 운행되지만 인원제한 때문에 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국제모터쇼는 자사의 신기술와 신차를 소개하는 통로입니다. 과거 경기가 확장세일 때는 서로 전시장 내 부스를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경쟁을 벌이곤 했지요.

모든 국제전시회의 첫 이틀간은 기자들만 참관하는 프레스데이입니다. 세계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단연 관심의 대상입니다.

각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15~30분 간격으로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엔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한 마디 한 마디 귀를 기울입니다.



그런데 각 전시장을 걸어서 이동하던 중, 천막으로 급히 만든 것 같은 '이상한' 간이건물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천막 밖에는 '시보레' 마크만 걸려 있더군요.

혹시나 싶어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시보레는 GM대우의 수출 브랜드이기도 하니까요.

GM대우의 신차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어가 각각 1대씩 비좁게 전시돼 있더군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시보레 스파크,라세티 프리미어는 시보레 크루즈란 이름으로 각각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팔립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올해 말부터 수출용으로 선적되니,이번 전시회가 해외시장 첫 공개가 되는군요.)

이 부스는 GM 유럽이 꾸민 것인데, 비용절감 차원에서 모터쇼 불참을 선언했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천막 전시' 형식으로 참여했습니다.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부분 전시회에 들어온데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란 신차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친환경차나 컨셉트카는 물론 없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서있던 일부 도우미들이 마티즈와 라세티에 대한 브로셔만 나눠줄 뿐, 모터쇼 분위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공식 프리젠테이션 시간조차 없었지요. 많은 기자들은 이런 전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전세계 기자나 관람객들이 설혹 이 전시장을 봤다 하더라도 홍보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초라한 전시장 모습이 역효과를 불러오지는 않았을까요? 이번 모터쇼엔 참여하지 않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블로그 바로가기